버킹엄궁은 성명을 통해 "마거릿 공주가 입원 중이던 에드워드 7세 병원에서 이날 아침 6시30분(현지시간) 수면 도중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고 발표했다. 공주의 두 자녀 린리와 새러가 임종을 지켰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마거릿 공주는 8일 오후 뇌중풍 증상을 보였으며 이날 밤에는 심장에 이상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단 하나뿐인 여동생 마거릿은 1930년 8월 21일 스코틀랜드 글래미스성에서 마거릿 로즈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매혹적인 외모와 패션감각, 활기찬 성격과 자유분방한 생활, 애정행각 등으로 세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마거릿 공주는 4살 손위로 아무런 스캔들도 일으킨 적이 없는 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모든 면에서 극명하게 대비됐다. 언론은 이후 마거릿 공주를 그녀 세대의 다이애나라고 평가했다.
마거릿은 20대 초 아버지의 시종무관인 이혼남 로버트 타운센드 공군대령과 사랑에 빠졌으나 왕실의 압력과 반대로 맺어지지 못했다. 60년에 사진작가 앤토니 암스트롱 존스(나중에 스노든경(卿)이 됨)과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78년 이혼했다. 70년대에는 17살 연하의 정원사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그는 사실상 그의 조카며느리 다이애나를 죽음으로 몰고가기도 한 파파라치 등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을 몰고다닌 왕실의 첫 세대였다.
하루 60개피 가량의 담배를 피웠던 마거릿은 85년 호흡기 질환으로 왼쪽 폐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못했고 최근 3년 사이 두 번의 가벼운 뇌중풍 증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성탄절 직전 열린 글로스터 공작부인 앨리스 공주의 100회 생일파티에 나타난 것이 공개석상에서의 마지막으로 모습이었다. 짙은 선글라스에 휠체어를 탄 자존심 덩어리의 노구였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