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이번에는 학교배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일 하나 제대로 못했으니 한심한 교육행정에 할말을 잃게 된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바탕인 신뢰를 교육당국이 앞장서 무너뜨린 것이다. 그만큼 공직기강이 풀어진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은 처음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컴퓨터작업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배정내용 발표 전에 다시 한번 컴퓨터작업의 이상 유무를 점검해야 하는 기본적인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고교평준화가 수도권으로 확대 실시된 첫해에, 1년 넘게 준비해온 학교배정업무의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니 이보다 한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볼 정신적 피해가 오래갈까 걱정이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어느 상급학교에 진학하느냐는 것은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그래서 처음엔 가고 싶었던 곳에 배정됐다가 뒤에 다른 곳으로 바뀌게 될 경우 상처가 이만저만하지 않을 것이다. 재배정이 일주일 이상 늦어져 학사일정의 차질도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른 행정낭비도 적지 않다.
당국은 진상을 철저히 가려 다시는 이 같은 원시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개발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컴퓨터업체를 덤핑 수주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재배정 결과에 다시 한번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혼란과 후유증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재배정작업에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행정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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