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법정시대, 위증 막는다

법정에 선 증인들은 누구나 긴장한다. 특히 거짓 증언을 하는 증인들의 표정이나 목소리는 시시각각 달라지기 마련으로 이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목소리의 떨림, 붉어진 얼굴과 식은 땀 등은 사건의 실체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증인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잡아내는 디지털 카메라 장비가 국내 법원에 처음 설치됐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임시규·林時圭지원장)은 1월부터 법정에 카메라와 컴퓨터 모니터, 마이크 등을 설치하고 증인들의 증언 장면을 CD에 녹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증인신문 내용이 속기사에 의해 ‘예’ 혹은 ‘아니오’ 라는 짧은 대답 형식으로만 서류에 남겨지던 것보다 한차원 높아진 기록방식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촬영된 사건 당사자나 증인들의 신문 내용은 곧바로 CD에 저장돼 기록에 첨부되며 판사들은 1,2,3심 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이를 다시 풀어볼 수 있다. CD에 녹화, 저장하는 것은 영구보존이 가능한데다 변조도 불가능해 안정성과 이동성,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게 법원의 설명. 또 초기 100여만원에 이르는 설치비용만 제외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비용도 오히려 절감된다.

최첨단 장비를 법정에 끌어들인 이유는 증인들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위증하지 못하도록 해 실체진실의 발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 속기 형식의 기록과 시간 제한에 얽매여 있던 증인신문이 미국식의 자유로운 증인신문으로 바뀌어 생생한 재판진행이 가능해지는 장점도 있다.

판사들 역시 증인들의 목소리와 표정 변화 등을 관찰함으로써 정당한 판결에 도움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임 지원장은 “법정에 난무하는 위증이 업무량 과다와 오판 가능성 증가 등 여러 문제점을 불러일으키는데도 지금까지 이를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다” 며 “카메라 사용 이후 선명한 영상과 음성, 증인의 신중해진 증언 태도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실체진실 발견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