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태준 미스터리' 철저히 밝혀라

  • 입력 2002년 2월 15일 18시 33분


처음 기자회견 때부터 석연치 않다 싶더니 결국 의혹만 커져 버렸다. 북한을 재탈출한 유태준(劉泰俊)씨 얘기다. 우선 아내를 찾아 사지(死地)로 다시 들어갔다는 그의 애절한 사연을 감안하더라도 유씨가 서울에 돌아와 ‘국가안전보위부 감옥 담을 넘어 탈출했다’는 등 거짓말을 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자신의 행적을 과대 포장하려는 일부 탈북자들의 비정상적인 심리는 국민의 ‘북한 바로 알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유씨보다 더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정부 당국이다. 유씨의 두 번째 탈북 행적을 둘러싸고 벌어진 혼란을 사전에 막기는커녕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킨 책임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유씨의 13일 기자회견 내용에 의문이 제기되자 국정원은 다음 날 ‘참고자료’를 내놓았다. 유씨가 기자회견장에서 거짓말을 할 때에는 무얼 하다가 만 하루가 지나 의혹이 커질 대로 커진 뒤에야 해명하겠다고 나선 것인지, 유씨가 입국한 직후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했다는 조사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유씨가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인지 한심할 뿐이다.

국정원 측은 또 유씨가 1998년에 이미 관계기관 합동신문을 거쳐 국내에 정착한 내국인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입국 다음 날 신병을 경찰에 인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씨의 1998년 탈북과 이번의 두 번째 탈북은 전혀 별개 사안이며, 더욱이 유씨는 작년에 처형설까지 나도는 등 국내적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단 이틀간 조사하고 석방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 등 관계 당국은 이번 일로 불거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에게 북한의 실체를 바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유씨의 말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한계에 다다른 탈북자 관리대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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