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위원장은 15, 16일 이틀간 MBC TV를 통해 방영된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Friends)’에서 일본어가 상당 부분 그대로 방영되는 등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원칙이 깨졌다며 사퇴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일본 대중문화를 전면 개방키로 했으나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 거부에 대한 강경 대응 조치로 이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어 가창 음반, 오락방송 프로그램, 성인용 영화 등이 아직 개방되지 않고 있다.
‘프렌즈’는 MBC와 일본의 후지TV가 공동제작한 드라마로 한국과 일본의 톱 탤런트인 원빈과 후카다 교코가 주연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이 만나 사랑을 만들어 가면서 한일 양국의 문화와 정서를 깊이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멜로물로 4시간의 방영분 중 후카다의 대사 등 30%가 일본어로 나오고 한국어로 자막 처리됐다.
지 위원장은 언론사와 문화부에 팩시밀리로 보낸 사퇴서에서 “문화관광부나 방송위원회가 어떤 조치를 취했기에 공식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지상파 TV에 일본어가 그대로 나오는 드라마가 방영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으로 인해 한일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는데도 상업주의로 공적인 결정을 무시하고 공공성을 저버린 MBC의 자세에도 큰 의문을 가진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MBC측은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일본 드라마가 아니라 한일 공동제작이기 때문에 방영해도 괜찮다는 유권 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 황부군 정책국장은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여서 일본어 대사의 유무를 판단하기보다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지나친 일본색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며 “일본색이 지나쳤다는 문제가 제기되면 심의에서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