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미국의 애국심(?)"

  • 입력 2002년 2월 19일 10시 07분


"미국의 애국심, 테러 집단의 충성심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

이성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도대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올림픽 정신도 그렇고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는 저들의 만행도 그렇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2월 9일 솔크래이트시티에 계양된 찢어진 성조기를 보면서 이번 동계 올림픽이 9.11테러 사건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는 숭고한 대회가 되길 간절히 원했지만 불과 몇일 만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만행(?)에 참을 수 없는 울분만이 남아있다.

물론 스포츠라는 것이 어느 정도 홈코트의 이점을 지니고 있음은 인지한다.

우리도 그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암묵적인 관행처럼 지속되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만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쳤다.

5,000m 남자 계주에서 한국의 민룡은 분명히 미국의 스미스에게 밀려서 넘어졌다.

민룡이 코너 입구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 순간 스미스는 왼쪽 팔꿈치로 민룡을 밀친 것이 비디오에 확연하게 잡혔다.

또 어처구니 없는 것은 민룡이 판정번복을 위해 허리우드 액션을 취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

병원에서조차 아무런 부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민룡이 재 경기를 위해 오랫동안 빙판에 누워있으면 속보이는 행동을 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불행히도 민룡 사건은 음모의 시작에 불과했다.

17일 남자 1,000m에 나선 김동성(22.고려대)과 안현수(17.신목고)가 다시 한번 미국의 치밀한 계획(?)에 희생되고 말았다.

준결승에 나선 김동성은 리자준(중국)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의해 넘어졌고 결승전에 나선 안현수도 오노(미국)의 파울에 의해 넘어지고 말았다.

리자준의 파울은 아이스센터내 TV에서도 방영됐지만 심판진은 눈으로 확인못했다며 판정 번복을 거부했다.

알수는 없지만 무엇인가에 의해 강하게 단결되어 있는 심판진의 모습이었다.

결승전의 안현수는 피고에서 원고로 뒤바뀌는 불행을 겪었다.

오노가 발목을 잡아 넘어졌지만 넘어지면서 오노에게 부딪히는 장면만이 부각됐다.

재심에 들어간다면 이미 안현수가 실격패를 당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현지 언론이 조성한 상태.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찢겨진 성조기를 걸어놓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위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의 위상만 높히면 된다는 말인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것이 미국측의 생각이면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테러집단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미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그들이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앞서가는 미국에게 축하의 박수라도 보내주자.

아마 9·11 테러 희생자들도 미국의 뜨거운 애국심에 깊은 감명을 받으리라.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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