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美 폭력시위 어쩌자는 건가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엊그제 서울에 있는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를 불법 점거한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양국간 현안을 논의하려는 우방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각목을 휘두르고 유리창을 깨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각종 반미시위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자세 때문에 촉발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 유럽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에서, 심지어 미국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대북 시각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으니 우리 국내에서도 당연히 비판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 할 말이 있다면 얼마든지 뜻을 전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있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불법과 폭력의 길을 선택한 한총련의 자세는 평화적 시위나 모임을 통해 당당하게 주장을 밝히는 다른 단체나 인사들에게까지 흙탕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분단된 한반도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한미 양국의 시각에 차이가 있다면 이 기회에 서로 충분한 의견교환을 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의 서울 방문이 한미 동맹과 공조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폭력을 동반한 불법 반미시위는 이처럼 중요한 양국의 정상외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여론을 왜곡해 표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 상공회의소 점거로 드러난 경찰 경비 대책의 문제점도 보완해야 한다. 일부 과격 대학생들의 미국 기관 공격은 예상할 수 있는 불상사였다. 그런데도 점거를 막지 못했으니 경찰 등 당국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를 준비를 다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이런 수준의 경비로 월드컵대회가 정말 안전하게 치러질지 걱정이다. 다시 철저한 보안점검을 하고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