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뉴로스, 새처럼 나는 '사이버드'개발

  • 입력 2002년 2월 19일 19시 41분


《로봇새 ‘사이버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두 날개를 빠르게 파닥였다. 몸통을 잡고 있던 손을 놓기 무섭게 사이버드는 공중으로 솟구쳤다. 잠시 중심을 잃은 듯 아래로 기우뚱하던 로봇새는 요란스레 날개를 저어 다시 하늘로 비상하더니, 공터를 한바퀴 돌고는 땅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새처럼 날개를 저어 나는 초소형 비행기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다. 벤처기업 뉴로스(대표 김승우)가 개발한 ‘사이버드’. 벌써 홍콩, 뉴욕 등 최근 열린 국제 토이로봇 전시회에 나가 외국인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 동영상 1 : 새와 싸우는 사이버드

▶ 동영상 2 : 사이버드의 비행장면

▶ 동영상 3 : 이륙장면①

▶ 동영상 4 : 이륙장면②

사이버드는 날개와 날개 사이가 1m에 달하지만 무게는 280g에 불과한 ‘날씬이’다. 웬만한 책 한 권보다 가볍다. 그러나 한번 배터리를 충전하면 20분 동안 날 수 있다. 리모콘으로 조종하며, 사람이 가볍게 달리는 것과 비슷한 속도를 낸다.

대전에 위치한 이 벤처기업의 주력 제품은 열병합 발전소용 터보 엔진이다. 거대한 엔진을 만드는 회사의 40대 사장이 왜 느닷없이 로봇새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원래 초소형 비행기가 목표였어요. 15㎝정도 크기에 30분 이상 날 수 있는 비행기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에서 20년동안 비행기 엔진을 개발하면서 가슴에 품었던 꿈은 언젠가 내 자신의 독자적인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벤처기업을 세우면서 그 꿈도 함께 펼쳐보기로 했지요.”

이번에 개발한 로봇새는 초소형 비행기로 가는 중간 다리다. 김 사장은 초소형 비행기는 아직 시장도 없고 기술도 충분하지 않지만 토이로봇이라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초소형 비행기의 핵심인 새나 곤충의 날개짓을 모방한 토이로봇을 개발하면 판매뿐만 아니라 기술도 축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초소형 비행기는 속도를 느리게 하고 마음대로 방향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일수록 날개를 저어 나는 게 유리하다.

새나 곤충처럼 날개를 저어 나는 로봇새 ‘사이버드’
리모콘으로 조종하며 다이빙 등 곡예비행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비행이 아니라 ‘자유낙하’였어요. 날개만 100가지 이상 만들고, 동력원과 동체 설계도 계속 바꿨어요. 2001년 2월 눈이 내린 어느 날 로봇새를 날렸는데 처음으로 14초를 날았어요. 하얀 눈밭을 떠다니는 로봇새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김 사장은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순간을 이렇게 밝혔다.

애송이였던 그 로봇새가 지금은 하늘에서 천천히 맴돌다 먹이를 잡는 매처럼 다이빙을 하는 곡예 비행도 한다. 또 진짜 새로 착각한 까치나 까마귀에게 공격을 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시험비행을 하면 다른 새들이 텃세를 부리면서 공격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로봇새가 다칠까봐 얼른 땅으로 착륙시켰다. 어느 날 참다못한 연구원들은 비행기를 쪼아대던 까마귀와 연싸움을 하듯 로봇새와 싸움을 붙여 승리를 거둔 적도 있다.

김 사장은 “일단 7월쯤 수십만원 대의 토이로봇으로 내놓을 계획”이라며 “산불이나 환경오염을 감시하는 본격적인 초소형 비행기로 쓰기 위해 사이버드를 더 작게 만들고 카메라와 통신시설을 달 정도로 개량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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