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처음에는 ‘회사일에만 전념해야 하는데’라는 죄책감 비슷한 것이 들어 망설였다”며 “그렇지만 어차피 회사가 내 평생을 보장해주지 않는 마당에 더 늦기 전에 자구책을 마련해야겠다 싶어 부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회사는 정 부장의 저녁술자리 참석이 왜 옛날보다 절반으로 줄었는지 모른다.
정 부장은 “점포비를 포함해 1억3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요즘에는 한 달에 500만원 정도 챙겨간다”며 “회사 월급보다 더 많은 것은 물론이고 매일 현금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귀띔했다.
정보통신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 부장(43)은 아내의 성화에 못 견뎌 부업전선에 나선 케이스. 지난해 초 집 근처에 생과일 아이스크림체인점을 차렸다.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월급만 가지고는 아들(고등학교 2학년), 딸(중학교 3학년) 과외비 대기도 빡빡하다”는 보이지 않는 ‘구박’과 “점포는 내가 꾸려가겠다”는 아내의 장담에 자존심은 상하지만 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가게수입이 괜찮아서인지 요즘은 이 부장도 가게일에 적극적이다.
꽤 큰 PC방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할인유통업체 박모 부장(45)을 바라보는 회사 내 시각은 두 가지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팀장이 딴 데 신경 쓰면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겠느냐’는 비난과 ‘잘려도 갈 데가 있으니 좋겠다’는 부러움이다. 그렇지만 박 부장은 그런 시선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부업이 있다고 직장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하니까 회사일이 더 잘 된다”고 말한다. 박 부장은 “내 부업을 문제삼는다면 차라리 지금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배짱족(族)’이다.
암웨이같이 유명 다단계회사의 사업설명회장은 늘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로 가득 찬다. 이틀이 멀다 하고 열리는 크고 작은 소점포 창업설명회에도 기업의 부장쯤 되겠다 싶은 사람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본업과 부업을 함께 하는 ‘투잡스(Two Jobs)’. 임원의 문턱에서 불안해하는 요즘 부장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련한 생존 자구책이며 ‘은밀한 꿀단지’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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