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만 감독의 ‘알리’는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60)의 권투 생애에서 가장 파란만장했던 시기(1964∼74년)를 그린 영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캐시어스 클레이가 무하마드 알리가 된 이유,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해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링에 오르지 못했던 고통의 나날, 오랜 투쟁 끝에 받아낸 대법원의 무죄 판결, 마침내 부당하게 뺏긴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는 순간까지.
4전5기의 신화와 함께 국내 최초로 두 체급(밴텀급, 주니어 페더급)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리틀 알리’ 홍수환씨가 영화 ‘알리’를 본 소감을 싣는다. 영화는 3월 1일 개봉. 15세이상.》
영화를 즐겨 보진 않지만, ‘록키’나 ‘챔프’, ‘성난 황소’처럼 권투나 복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거의 빼놓지 않고 봤다.
통산 61전56승37KO의 전적을 자랑하는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를 다룬 영화 ‘알리’는 개인적으로 특히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알리는 권투를 시작하기 전부터 나의 우상이었다. 고2때 샌드백을 두드리기 시작하면서는 나는 알리를 보며 챔피언의 꿈을 키웠다. 선수 생할을 할 때는 ‘리틀 알리’로 불리기도 했다. 알리는 선수 시절에는 직접 만난 적은 없고 은퇴 후 1989년 멕시코에서 열린 권투관련 행사장에서 한번 만났다.
기존 권투 영화와 비교해 볼 때, ‘알리’는 시합 장면이 가장 실감나는 영화다. 알리가 소니 리스튼, 제리 쿼리, 조 프레이저, 조지 포먼 등 쟁쟁한 선수들과 벌인 시합은 실제 경기와 놀라울 만큼 똑같이 재현됐다.
알리 역을 맡은 윌 스미스는 실제로 권투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윌 스미스가 시합에서 보여준 모습은 알리 그대로다. 빠른 지그재그 풋워크라든가 잽에 이어 원,투 스트레이트를 뻗는 것까지. 또 알리는 항상 허리를 뒤로 젖혀서 펀치를 피했지 절대 앞으로 숙이지 않았다.
실제 선수들과 너무나 흡사한 배우의 외모도 감탄스러웠다. 알리도 그렇지만 특히 포먼과 쿼리는 아주 닮았다.
1964년 리스튼과의 경기는 한국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은 시합이었다. 전문가들이 9대 1로 알리(당시 이름은 캐시어스 클레이)의 열세를 점쳤지만 알리는 KO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날 서울 시내에 알리의 승리를 알리는 호외까지 뿌려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아프리카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에서 있었던 조지 포먼과의 경기다. 32세였던 알리가 24세의 40연승을 자랑하던 헤비급 챔피언 포먼을 KO로 이긴 이 경기는 당시 ‘킨샤샤의 기적’이라고까지 불리며 권투사에 길이 남는 승부였다.
엄청난 주먹 세례를 받으면서도 알리가 “겨우 이거냐”고 포먼을 비웃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찡했다. 권투 시합을 하다보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주먹을 맞는다. 하지만 아픈 내색을 하면 상대의 주먹은 더 강해진다. 나도 시합중 복부를 맞으면 더 때리라고 일부러 배를 내밀곤 했는데 그런 생각이 나서인지 마음이 뭉클했다.
하지만 말콤X나 이슬람 지도자등 종교적인 얘기나 여자문제는 전체 스토리와 연결이 잘 안되고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시합을 앞둔 선수에게 여자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런데 알리는 포먼과의 결전을 앞두고 아내와 새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이런 사생활이 시합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부분이 부족한 듯 하다. 나는 어쩌면 권투사에서 영원한 미스테리로 꼽힐만큼 의외였던 포먼과의 경기 결과도 세 번째 아내가 된 베로니카와의 사랑이 원동력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권투의 전성기는 알리의 전성기와도 일치한다. 알리는 1000년에 한번 나올만한 복서다.젊은 세대들도 알리를 알 수 있도록 이렇게 영화를 만든 감독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노쇠한 노장을 영웅으로 다시 기억해주는 영화가 부럽기도 하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