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팀에 ‘열쇠’를 던져준 것은 2000년 3월 말 이용호씨가 이수동씨에게 5000만원을 줄 때 함께 있었던 인터피온 사외이사 도승희(都勝喜)씨의 진술. 도씨는 특검 조사에서“이수동씨에게 돈을 건네면서 인터피온이 주가 조작으로 고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도씨가 99년 말 김영재(金暎宰)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를 만났고, 그 과정에 이수동씨가 적극 개입한 사실을 특검팀이 확인하면서 이용호씨의 금감원 로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도씨가 당시 이수동씨를 찾아가 김 부원장보 소개를 부탁하자 이씨는 당시 아태재단 사무부총장이던 K대 황모 교수를 불러 “도씨에게 김 부원장보를 소개시켜주라”고 부탁했다는 것. 김 부원장보와 친분이 있던 황 교수는 즉시 김 부원장보에게 전화를 해 도씨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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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원장보의 동생이 2000년 4월 인터피온 전무로 영입된 것 역시 금감원 로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다른 단서가 되고 있다.
특검팀은 이용호씨가 이수동씨에게 검찰 수사 무마를 청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이용호씨에 대한 서울지검의 내사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이용호씨가 검찰 내 인맥을 통해 검찰의 내사 사실을 먼저 알고 여권 핵심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수동씨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용호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터피온 주가 조작 혐의가 드러났지만 벌금 2000만원에 약식 기소됐고, 같은 해 5월 서울지검에 주가 조작 및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에도 하루 만에 풀려나 입건유예 처리됐다.
결국 이용호씨가 이수동씨를 창구로 삼아 정치권과 금감원에 검찰 및 금감원 조사 무마를 청탁했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이 ‘이용호-도승희-이수동’ 라인을 통해 또 다른 돈이 흘러 들어갔는지, 이들의 로비가 검찰과 금감원 관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