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노동 전문가들은 지하철공사 노조의 합의안 거부와 집행부 사퇴 결정이 일단 25일 강행될 예정인 총파업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동계의 기세를 올려줄 수 있는 악재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지하철공사 노조의 새 집행부 구성과 임단협 재개가 월드컵대회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사의 임단협 진행 과정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총파업 움직임〓철도노조는 22일 밤부터 비번자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철야농성에 돌입했고 최종 교섭 결과에 따라 즉각 파업에 돌입하도록 23일부터 비번자 등이 농성장에 집결해 대기하도록 했다.
특히 철도노조는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25일 오전 4시부터 전 조합원이 근무지를 집단 이탈해 예정된 집결지로 이동하도록 ‘투쟁지침’을 내려보냈다.
발전산업노조도 22일 지부별로 파업출정식을 가졌고 파업 찬반투표도 마쳤다. 가스공사노조는 22일에 이어 23일에도 한국노총이 주최하는 민영화 저지 집회에 참석키로 했다. 발전과 가스 노조는 24일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노총 허영구 위원장 직무대행 등 지도부 15명은 22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실을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근로조건이 악화되지 않는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라며 26일부터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 대책〓정부는 22일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3개 공공부문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철도 파업에 대비해 건설교통부에 ‘정부합동 특별수송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비조합원과 군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열차 운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또 가스와 전력도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산업자원부에 ‘합동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전력과 가스공급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파업시 대체 인력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대처하기로 했다.
경찰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전국 주요 역사와 변전소 사령실 등 주요시설 86곳과 8개 가스 저장 및 생산기지 등에 경찰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서울지하철 노조의 향후 행보〓일단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현재 유력한 위원장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은 2001년 9월 선거에서 배일도 현 위원장에게 석패한 최종진(崔鍾珍)씨.
그러나 누가 위원장이 되든 일단 강경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 집행부의 한 간부는 “후보들이 ‘무조건 파업’을 공약으로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부를 선출하려면 노조규약상 선거일 15일 이전에 공고를 해야 하고 선거운동과 투표를 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해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임단협에서 지하철공사측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놓았다”며 “강성 노조가 들어설 경우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