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빚어진 김동성 선수의 판정시비에 대한 한국선수단의 항의가 하루만에 ‘없었던 일’로 흐지부지된 23일 한 빙상 관계자는 “결과를 예견했던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기자를 안타깝게 한 것은 한국스포츠의 수장인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행보. 국내에서 터진 아들의 뇌물수수 의혹사건을 의식한 듯 올림픽기간 중 김 회장의 움직임은 내내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선수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김 회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김 회장의 비서진은 올림픽기간 내내 ‘회장 홍보’에 열을 올렸다. 매일 김 회장의 동정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국내 취재진에게 돌렸다. ‘올림픽에서 아주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동성 선수의 판정시비가 불거진 뒤 김 회장의 처신은 ‘과연 한국스포츠의 대표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수단이 22일 공식회견을 통해 강경방침을 알린 다음날 김 회장은 “한국선수들은 폐회식에서 지금까지 성공적인 이번 대회의 대미를 축하하기를 기대한다”는 상반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러시아선수단의 ‘철수고려’ 기자회견 때 러시아올림픽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항의의 격을 높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선수단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 회장이었다. 이날 김 회장의 성명서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진 뒤에 발표됐는데 성명서가 나온 뒤 열린 스포츠중재재판소 심리에서 한국의 항의는 기각됐고 한국선수단은 모든 싸움을 포기하며 ‘백기’를 들었다.
IOC위원이 세 명이나 돼 한국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이 너무나 공허하게 들렸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김상수 스포츠레저부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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