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수/김운용위원은 뭘했나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36분


“한국선수단이 호기있게 외친 폐회식 불참과 법정소송 계획은 분노한 국민정서를 일시 무마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입니다. 항의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결과적으로 스포츠 외교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해프닝이었을 뿐입니다.”

2002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빚어진 김동성 선수의 판정시비에 대한 한국선수단의 항의가 하루만에 ‘없었던 일’로 흐지부지된 23일 한 빙상 관계자는 “결과를 예견했던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기자를 안타깝게 한 것은 한국스포츠의 수장인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행보. 국내에서 터진 아들의 뇌물수수 의혹사건을 의식한 듯 올림픽기간 중 김 회장의 움직임은 내내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선수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김 회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김 회장의 비서진은 올림픽기간 내내 ‘회장 홍보’에 열을 올렸다. 매일 김 회장의 동정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국내 취재진에게 돌렸다. ‘올림픽에서 아주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동성 선수의 판정시비가 불거진 뒤 김 회장의 처신은 ‘과연 한국스포츠의 대표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수단이 22일 공식회견을 통해 강경방침을 알린 다음날 김 회장은 “한국선수들은 폐회식에서 지금까지 성공적인 이번 대회의 대미를 축하하기를 기대한다”는 상반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러시아선수단의 ‘철수고려’ 기자회견 때 러시아올림픽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항의의 격을 높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선수단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 회장이었다. 이날 김 회장의 성명서는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진 뒤에 발표됐는데 성명서가 나온 뒤 열린 스포츠중재재판소 심리에서 한국의 항의는 기각됐고 한국선수단은 모든 싸움을 포기하며 ‘백기’를 들었다.

IOC위원이 세 명이나 돼 한국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이 너무나 공허하게 들렸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김상수 스포츠레저부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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