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 부실정권의 남은 1년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53분


현 정권의 지난 4년을 되돌아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국민의 정부’라는 기치를 걸고 출범했지만 4년이 지난 오늘 국민에게 남긴 것이라고는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현 정권의 개혁정책은 원칙도 추진력도 없는 집권층의 무능력과 관료주의 때문에 오히려 국정 혼란만 가중시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내세운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의 이른바 4대 개혁 정책은 아무리 평가하려 해도 그럴 만한 실적이 없다. 정치개혁은 한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고 기업과 금융개혁도 엄청난 공적자금만 허비하는 등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사회복지정책도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등 부실투성이이다.

옷로비 사건과 최근의 각종 게이트 등 권력 주변의 부정비리는 정권의 도덕성과 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었다. 담합과 대립으로 점철된 정치권의 행태는 냉소주의와 불신만 조장했다. 현 정권이 성과라고 강조하고 있는 대북 햇볕정책은 남남갈등이라는 새로운 사회현상도 초래하고 있다. 국민통합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4년 동안 굳어진 지역주의 연고주의의 폐단에다 이념적 대립과 세대간 갈등마저 겹쳐 있어 그 후유증은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현 정권이 개혁정책이든 대북정책이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 국민통합을 도모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더 이상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럴 능력도 보이지 않고 시간도 없다.

현 정권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것은 스스로 저지른 권력형 부정비리를 철저히 규명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 정권은 타락한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사회 내부의 갈등도 쉽게 완화되지 않는다. 다음 정권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새 정권은 새로운 바탕 위에서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현 정권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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