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창업자 존 무디가 신용평가업을 시작한 것은 1908년. 당시 250여개사나 되던 미국 철도회사 발행채권의 채무이행 신뢰도를 알파벳순으로 등급화한 게 시초였다. 채무불이행이 속출했던 1929년 세계 대공황 때 신뢰가 높아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과거부터 신용평가회사들이 있었으나 기업들이 무더기로 파산한 외환위기 이후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들이 어떤 신용등급을 받는가에 따라 대출금리가 달라지기도 하고 돈을 빌릴 수도 없게 된다. 신용이 좋은 회사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기업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하면 ‘부실 기업’이 되는 것처럼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다. 요즘 들어 신용불량자의 꼬리표가 달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 50대 퇴직자와 20대 실업자들이 특히 많다고 한다. 신용불량자가 많아지면 은행 보험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의 대출이 부실화되고 외환위기 때처럼 금융기관들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다음에 경제위기가 온다면 대책 없는 ‘가계자금 대출의 증가’ 때문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빚을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도 문제지만 갚지 못할 사람에게 돈을 꿔준 은행과 신용카드를 내준 카드회사도 책임이 크다.
▷개인들의 신용정보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개인신용정보회사가 곧 문을 연다. 앞으로 이 회사가 매기는 개개인의 신용평점이 금융기관에 통보된다. 개인별로 대출금을 제대로 갚았는지, 카드 사용 대금을 잘 냈는지, 세금이나 과징금을 제때에 납부했는지 등의 기록이 컴퓨터에 남아 평생을 따라 다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이 기록을 보고 돈을 빌려주거나 카드를 발급해 준다. 자신의 신용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신용은 본인이 직접 지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산 등 각종 기록을 낱낱이 갖게 될 신용정보회사가 빚쟁이보다 더 무서운 또 하나의 ‘빅 브러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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