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파산 면책범위 넓어진다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21분


급증하는 신용불량자와 소비자(개인) 파산자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소비자 파산 신청자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개인들의 소비자 파산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또한 무분별한 과소비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신용카드 남발 등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파산부(변동걸·卞東杰 부장판사)는 6명의 소속 판사 전원이 공동 집필해 조만간 발간될 예정인 ‘파산사건 실무’ 개정판에서 소비자 파산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파산부는 개정판에서 “소비자 금융이 급격히 발달하고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개인 파산자가 긴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로 등장한만큼 면책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판은 또 “개인 파산의 증가는 사회불안과 금융기관 부실화 등 여러가지 문제를 불러온다”며 “따라서 면책 부작용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기보다는 파산자의 인간적 생존권을 보장하고 경제활동을 통한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 파산자는 각종 규제 때문에 사실상 경제활동을 할 수 없지만 면책을 받게 되면 남아 있는 빚도 탕감받고 정상적으로 경제활동도 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은 ‘낭비꾼’의 면책 남용 등을 우려해 지금까지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 위주로 면책 결정을 내려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 변화에 따라 파산법상 면책 불허가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면책 결정을 받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과거에는 최저생계 수준 이상의 돈을 쓸 경우 ‘낭비’로 봐 면책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이제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생활 수준 등을 고려한 사회통념에 따라 낭비의 기준을 판단하겠다는 것.

속임수에 의한 신용거래도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되지만 이제는 갱생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면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파산부 관계자는 “기본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개별 사건에 따른 법적 판단은 정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악의적으로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해 소비자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면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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