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케팅]'명필름'이 출판사 차린 까닭은…

  • 입력 2002년 2월 26일 15시 28분


요즘 충무로에서는 영화 홍보를 위해 다양한 장르를 활용하는 ‘퓨전 마케팅’기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3월 8일 영화 ‘버스, 정류장’의 개봉을 앞두고 명필름이 펴낸 동명의 에세이집. 소설가 신경숙,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 ‘도날드 닭’의 만화가 이우일씨 등 이름을 알만한 22명이 버스 정류장에 관해 쓴 잔잔한 글이 실려 있다. 영화 ‘버스, 정류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감성’이라는 점에 착안해 비슷한 취향의 독자를 겨냥해 펴낸 것. 이 에세이집을 펴내기 위해 영화사 명필름은 본의 아니게 출판사 등록까지 마치고 출판계로 진출(?)했다.

책과 동시에 발매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도 독특하다. OST는 요즘 영화 마케팅의 ‘기본 사양’이지만 ‘버스, 정류장’의 경우 영화에 종속적인 OST가 아니라 루시드 폴의 정규 음반(2집)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지난해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조폭 마누라’는 여주인공 신은경의 캐릭터를 네티즌들이 ‘아바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봉 전에 미리 인터넷에 올려 친근감과 인지도를 높였다.

‘와니와 준하’의 제작사도 개봉에 앞서 젊은 여성들의 멜로적 감성에 맞춘 동명의 순정만화를 펴내 화제를 모았고 무협 SF 액션물인 ‘화산고’ 역시 개봉 전에 같은 이름의 만화를 펴냈다.

두 만화 모두 영화의 내용을 보완 설명해주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영화 ‘와니와 준하’는 주인공이 동거한 상태에서 전개되지만 만화 ‘와니와 준하’는 동거하게 되기까지의 상황을 그렸다. ‘화산고’는 주인공이 이 학교에 전학온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나 만화는 주인공이 화산고로 전학오기 전까지 다른 학교를 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경우 영화와 만화는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화는 제목과 스토리 골격을 만화에 제공하고, 만화는 영화에 대한 이해도와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영화와 타 장르 문화의 결합은 시너지효과를 겨냥한 ‘제휴’인 동시에 영화가 가진 복합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기회다.

하지만 마케팅 담당자의 속내를 드러내자면, 퓨전 마케팅은 사실상 ‘어떡하면 관객 하나라도 더 끌어모을까’를 끙끙거리다 떠올린 구애 방법 중 하나다. 웬만해선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절박함이 점점 새로운 구애(홍보)의 몸짓을 낳은 것이다.

곽신애 <영화 ‘두 사람이다’ 마케팅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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