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분양하면 각종 하자로 인해 입주민과 마찰이나 빚지 않으면 다행이다. 하물며 건설회사 사장이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분양하고 집 짓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좋은 집은 입주 후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어야 합니다.”
회사 홍보물에나 나올 법한 상투적인 표현을 소신으로 가진 고 사장이 있었기에 입주민이 찬사를 보내는 아파트가 탄생한 것이다.
동일하이빌은 완공 때까지 설계변경만 400여차례를 거쳤다. 사장이 직접 공사를 챙기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뜯어고쳤다. 외국 출장 중에 접한 건축물의 마감도 차용했다.
사장의 주문을 감당하지 못한 현장소장이 불만을 표시하자 그를 직접 외국에 내보내기도 했다. 가서 보고 오라는 것이다.
“제 안목만 높이면 뭐 합니까. 직원들이 ‘눈’을 떠야죠.”
공인회계사 출신인 고 사장이 주택사업을 시작한 건 90년. 건설업체 자문에 응해준 게 인연이 돼 직접 사업을 하게 됐다. 올해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5300여가구를 건설한다.
아직 무명에 가까운 회사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꼼꼼한 사업관리와 튼실한 재무구조가 한몫했다. 지난해 매출 2900억원에 경상이익은 450억원. 작년 말 현재 부채비율은 40%에 불과하다. 토지비용과 금융비용을 최대한 줄여 이익을 늘린다.
“스피드와 유연성을 빼면 중소기업은 백전백패입니다. 대기업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의사결정 과정의 스피드가 무기지요.”
고 사장의 꿈은 천편일률적인 시멘트 구조물 대신 개성이 넘치는 ‘미래형 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모델은 일본의 넥서스월드. 최근 넥서스월드를 개발한 일본 업체와 업무제휴까지 맺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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