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2500만대가 팔린, ‘PS2’는 ‘상품’의 경지를 넘어서는 21세기 10대 문화의 ‘아이콘’. PS2를 레이싱게임 ‘그랜 투리스모3’로 직접 체험해 봤다.
PS2본체는 가로 30cm, 세로 18cm, 높이 7.8cm의 직육면체다. CD롬 드라이브처럼 슬라이드 방식으로 게임타이틀을 삽입하게 돼 있는 본체를 TV에 연결하는 방법은 가정용 캠코더와 같다.
사진만큼 선명한 자동차들의 그림으로 장식된 ‘그랜 투리스모3’의 초기화면.
스포츠카 닛산 실비아를 골라 탄 뒤 비포장 코스인 ‘스모키 마운틴’의 출발점에 섰다. 출발신호와 함께 오른손 엄지로 ‘×’ 버튼을 눌러 가속하면서 왼손 엄지로는 화살표 버튼 옆의 레버를 움직여 운전했다. 첫 코너를 시속 180㎞로 진입하자 미끄러운 흙바닥 위로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자동차의 뒷부분이 비틀어지는 ‘드리프팅’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자 손에 심한 진동이 느껴진다. 이는 PS2 컨트롤러에 내장된 ‘듀얼쇼크’ 기능이 작동하는 덕분.
DVD와 같은 데이터 압축 방식인 ‘MPEG-2’로 구현된 선명한 화면 때문에 게임 내내 실제 자동차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돌비디지털사운드로 재생된 음향효과는 묵직한 저음의 1800㏄ 자동차 엔진소리와 관중석의 박수소리를 명확히 구분해줬다. PS2는 음향과 영상을 모두 디지털신호로 내보내기 때문에 디지털 TV와 돌비디지털사운드를 지원하는 홈시어터시스템을 사용하면 두 배 이상 깨끗한 화질에 입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일반 DVD플레이어보다 처지는 기능은 없다. 홈시어터의 5개 스피커로 각각 다른 소리를 보내 입체음을 만드는 디지털시어터시스템(DTS)과 돌비디지털 사운드를 게임뿐만 아니라 DVD로도 즐길 수 있다. PS1에서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오디오만 재생했는데, PS2는 CD와 더불어 복잡한 DVD조작을 위해 DVD 전용 리모컨이 딸려 있다.
PS2에는 컨트롤러를 끼우는 포트와 총이나 자동차핸들 등을 끼울 수 있는 USB포트, 메모리 카드를 끼우는 슬롯이 두 개씩 있다.
본체 하단부에는 초고속 인터넷 선을 끼우는 ‘문제의’ 커넥터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여기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른바 ‘플레이스테이션 브로드밴드’(Playstation BB)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각 가정의 PS2를 인터넷으로 연계시킨다는 전략.
인터넷을 통해 DVD영화나 음악 게임을 다운로드하기도 하고 채팅을 즐기면서 서울과 제주에서 서로 격투기 게임을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BB는 4월 일본에서 공식서비스에 들어간다. 사용료는 월 1500엔(약 1만5000원). 한국에서도 이르면 올해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