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정원간부, 패스21 시연회 주선 수뢰 27일 영장

패스21 대주주 윤태식(尹泰植)씨의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특수3부(서우정·徐宇正 부장검사)는 국군기무사 등 군 관계기관에 윤씨의 사업 관련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윤씨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전 국가정보원 4급 직원 김종호(金鍾浩·55)씨에 대해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검찰 소환을 거부하고 잠적해 수배된 상태에서 26일 자수했다. 김씨는 지난해 기무사 등에 패스21 기술시연회를 군 관계기관에서 열 수 있게 청탁해 주는 대가로 윤씨에게서 총 1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조만간 군 관계자를 상대로 김씨의 구체적인 청탁 경위를 와 청탁이 실제 성사됐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다리를 놔서 군 관계기관에서 기술시연회 등이 열린 정황은 포착했지만 패스21 제품의 납품 등 사업 관련 청탁이 성사된 단서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패스21 자회사인 바이오패스의 이사로 등재된 상태에서 월급 명목으로 매달 400만∼500만원씩과 에쿠스 승용차를 받고 회사 법인카드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이사로 이름만 올려 놓고 주로 로비 활동을 한 것으로 보여 정식 직원으로 보기는 힘들며 따라서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1998년 국정원을 그만둔 뒤 2000년 12월 윤씨를 찾아갔고 지난해 바이오패스 및 패스21 부회장 직함의 명함을 갖고 다니며 활동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씨는 1987년 수지 김 살해사건 발생 당시 윤씨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뒤에도 윤씨의 동태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씨가 윤씨의 수지 김 살해 혐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윤씨의 도피를 돕거나 살해 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