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년째를 맞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제는 나름대로 공직 사회의 청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고, 재산 형성 과정이 떳떳하지 못하면 공직에 진출할 수 없다는 심리적 규범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공직 사회를 보는 국민의 눈은 곱지 못하다. 최근 불거진 여러 게이트에서 보듯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는 재산신고제가 너무 느슨해 제구실을 못한 데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부양하지 않는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고지(告知)를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은 문제가 있다. 이번에도 상당수 지도급 인사가 가족 일부의 재산 내용을 안 밝혔다.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이 제도는 재산 은닉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 고위공직자가 가족 명의로 위장 증여나 변칙 상속을 해놓고 신고를 안 하면 그만인 것이다. 또 고위공직자의 직계존비속이라면 재산 형성 과정도 그만큼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최근의 잇단 권력형 비리는 이 같은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해주고 있다.
실사 인력 부족 등으로 신고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전혀 보완되지 않았다. 현재 입법 행정 사법부별로 자체 윤리위가 설치돼 있지만 신고내용을 금융재산 및 부동산 전산자료와 대조만 하는 게 거의 전부라고 한다. 재산 항목만이 아니라 재산 형성 과정의 신고도 검토해야 할 문제다.
전체적으로 지금의 재산신고제는 재산 내용을 감추고자 할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고 이를 제대로 파헤치기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정부는 재산신고제 운영 10년을 되돌아보고 허점과 미비점을 철저히 보완해 실질적인 부패방지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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