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킬레스건/리차드 폴켄라스 외 지음 박수철 옮김/335쪽 9600원 홍익출판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려있는 가운데 미국의 방위체계와 관련된 책 두 권이 번역 출판됐다.
‘미사일 디펜스’는 국제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담았다. 이 책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출판된 것으로 부시 행정부가 NMD구축을 위해 얼마나 터무니 없이 위협을 과장하고 있는 지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저자들은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과 핵 전략과 기술분야에서 해군 작전연구실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사람들.
저자들은 1960년대 초 시작된 국가미사일방어망이 옛 소련의 대규모 핵공격에 대비해 만들어 졌지만 여태까지 완벽한 작동을 보장하는 기술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설사 실현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안보 증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없는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이 이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군사력에 의존해 도덕적 법적 제약없이 자의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돈만 있으면 개발이 불가능한 기술은 없다는 ‘기술 지상주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NMD 구축의 열광적인 환호 뒤에는 미국의 방산업체, 무기연구소 그리고 일부 정치인이 간여하는 집단의 이해관계가 뒤얽혀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북한, 이란, 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국가’ ‘악의 축’ 국가들로부터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면서 NMD구축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핑계라고 맹공한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은 미국의 군사 및 무기 전문가들이 쓴 것으로 각국의 대량살상무기 생산과 공격목표, 가공할 파괴력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인지 고발하면서 대응책을 제시한 책이다. 경제 군사적으로 ‘눈에 보이는 어떤 공격’도 물리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 미국이지만 대량살상무기(WMD)를 앞세운 비밀공격엔 치명적으로 노출돼 있음을 호머의 ‘일리아드’에 나오는 ‘아킬레스건’에 비유하고 있다.
다분히 미국적 시각이긴 하지만 ‘악의 축’ 발언 뒤에 숨겨진 미국 방위시스템의 치명적인 약점과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강경책을 선택한 미국 정부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저자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 누구도 화생방에 의한 대량살상 공격에 자유롭지 못하며 심지어 절망적인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세계 각국의 대량살상 무기 생산현황과 공격목표, 그리고 그것에 의한 가공할 파괴력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가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인지 고발하면서 적절한 대응책도 제시하고 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