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대부분 남편이 먼저 빠져든 뒤 주말마다 집을 비우는 남편을 ‘감시(?)’차 쫓아간 아내가 따라 뛰는 경우가 많다.
3월17일 열리는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나란히 풀코스에 도전하는 ‘부부 마라톤 커플’ 김영례씨(44·서울 신길5동 우체국장)와 윤상문씨(46·신용보증기금 대리)는 그 반대의 경우. 2000년 12월 살을 뺄 요량으로 아내 김씨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초 남편 윤씨가 따라 뛰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김씨가 다이어트 목적으로 2000년 12월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고 윤씨는 일 때문에 밤마다 뛰는 아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같이 뛰었다.
처음엔 그저 조깅 수준이었다.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열린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참가한 다음부터.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게 좋을 것 같아 풀코스 완주를 위해 함께 뛰었다. 주로 저녁때 달린다. 주중엔 매일 10㎞ 정도 달리고 주말엔 20㎞ 이상을 뛴다. 동아마라톤을 앞두곤 30㎞ 이상 뛸 때도 많다.
함께 달리자 두 가지 좋은 점이 있었다. 먼저 김씨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고도 살이 10㎏이나 빠졌다. 당초 목표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셈.
둘째로 부부 금실. 함께 뛰니 자연스레 부부의 정이 새록새록 커져 갔다.
늘 함께 땀을 흘리며 지내다 보니 서로의 눈치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김씨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달리니 부부싸움도 없어졌어요.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으니 싸울 일이 없어진 거죠”라고 말했다.
이번 동아마라톤은 이들 부부의 네 번째 풀코스 도전. 그동안 세 번 도전해 두 번 완주했다.
주로 초반에 남편 윤씨가 김씨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를 해준 뒤 중반부터는 따로 뛴다.
김씨는 ‘마라톤 다이어트’와 관련해 “마라톤을 시작한다고 바로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마라톤을 즐기면서 꾸준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살이 빠져 있더군요”라며 ‘다이어트족들’에게 충고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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