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으로 가장 혼쭐난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리라. 제니퍼 플라워스, 폴라 존스, 그리고 모니카 르윈스키. 최장기 경제호황을 일궈낸 클린턴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단면이 섹스 스캔들이다. 지난달 미국 ABC방송 설문조사에서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부문 공동 4위에 선정됐다. 그런데 섹스 스캔들이 없었더라면 순위가 한 두 계단은 더 올라갔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뿐인가. ‘부적절한 관계’ 증언에서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변호사 자격까지 빼앗겼다.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떨어졌다는 말까지 나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당사자뿐만 아니라 회사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현상을 ‘르윈스키 효과’라고 부른다. 오라클이 그렇고 백악관이 그렇고 대통령 한 명을 놓친 미국 민주당이 또 그렇다. 사실 직장 내 성희롱은 최근 10년 동안 3배 가까이 늘 만큼 미국에서 골칫거리라고 한다. 오죽하면 포드사는 아예 드러내놓고 ‘성희롱 제로운동’을 펴고 있을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93년 터진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은 직장 성희롱이란 생소한 단어를 사회 이슈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한 특급호텔이 여직원 집단 성희롱 사건으로 망신을 했는가 하면 대학가 대자보에도 캠퍼스 성희롱이 종종 올라 당사자는 물론 학교 명예에까지 먹칠을 한다. 어제 방송된 르윈스키의 다큐멘터리 ‘모니카, 그 진실’ 때문에 미국이 또 시끄럽다는 소식이다. “카리스마와 권력을 가진 한 남자가 내게 관심을 가졌다. 나는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보는 사람이야 즐거웠을지 몰라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죽을 맛이었을 게다. 그저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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