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김지윤 “우승컵만은 양보못해” 정선민

  • 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38분


김지윤-정선민
김지윤-정선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났다.

6일부터 시작되는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게 된 국민은행 유영주 코치(31)와 김지윤(27) 그리고 신세계 정선민(28).

이들 3명은 90년대 중반 SK증권에서 3총사로 코트를 누비며 3차례 농구대잔치 우승을 엮어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뛰어든 실업무대에서 꿈 많던 사회 생활 초년병으로 팀의 전성기를 이끈 것. 특히 김지윤과 정선민은 초중고 모두 1년 선후배 사이여서 친자매 이상으로 가까웠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97∼98시즌 농구대잔치에서 우승컵을 안은 뒤 돌연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당시 이들은 “어디에 있든 한솥밥을 먹던 SK증권 시절을 잊지 말자”며 아쉬운 헤어짐에 눈물을 쏟았다.

각기 다른 팀에서 운동을 하던 이들은 지난해 유영주가 삼성생명에서 은퇴하고 국민은행 코치로 부임하면서 김지윤과 다시 만났다.

한 팀에서 지낼 때는 코트 안팎에서 언제나 즐거운 나날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이제 우승을 향한 마지막 승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정선민은 “국민은행에는 영주 언니와 지윤이가 있으니 내가 1대2로 싸우는 셈”이라며 “어쨌든 누가 이겨도 선경 출신의 차지라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여자프로에서 한차례 이상씩 우승을 맛본 유영주 코치, 정선민과 달리 처음으로 정상에 오를 기회를 만난 김지윤은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은 선민 언니가 또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과 정선민은 각자 소속팀의 간판스타로 이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챔프전 승부가 결정될 전망이며 당연히 둘 중에 하나가 최우수선수에 뽑힐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는 서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내심 우승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유영주 코치는 “선민이나 지윤이 모두 아끼는 후배들이고 너무나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소속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한편 정규리그에서는 2위 신세계가 1위 국민은행에게 3승2패로 우위를 보였다. 챔프전에서도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내외곽에 걸친 조직력에서 앞서는 신세계의 우세가 점쳐진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통과하며 체력을 비축한 국민은행이 타이틀스폰서라는 이점까지 살릴 경우 첫 우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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