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헨 행장은 △제일은행이 풋백옵션에 따라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풋백옵션에 의존하지 말라 △제일은행 경영진이 경영부실 책임을 예금보험공사에 돌린다는 등의 기사를 지목했다.
문제가 된 풋백옵션은 ‘제일은행이 미국펀드에 팔리기 전에 빌려준 대출이 부실화하면 정부가 사후라도 책임진다’는 내용. 코헨 행장은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는 제일은행에 대해 한국 언론은 마치 생떼를 쓰는 것처럼 보도했다”고 말했다.
코헨 행장이 억울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과잉청구’에 대해서도 명확한 태도를 밝혔다. “만약 한국 정부가 문제가 된 제일은행 보유 자산을 정상여신으로 평가한다면 매입해서 다른 은행에 팔라”는 것이다.
이날 소동은 99년 정부가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털과 체결한 은행매각 협상이 ‘뒤늦게 살펴보니 불평등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는 ‘매각대금으로 500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자랑하기 위해 나중에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힐 수도 있는 풋백옵션 조항을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5000억원을 받고 판 제일은행에는 이미 14조원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액수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 같은 계약은 어려웠던 당시 경제상황, 당국의 협상능력, 금융권 학계 등 이른바 ‘전문가 그룹’의 무지 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렇게 보면 제일은행 문제는 누구를 비난할 사안이 아니다. 다만 중요한 교훈을 두고두고 남기고 있다. ‘국부(國富)의 관리를 맡은 사람들이 국제 협상이나 계약을 잘못할 경우 국민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김승련 경제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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