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1차 대결은 엎치락뒤치락이었다. 예선에서는 조스팽이 23.30%의 득표로 20.84%에 그친 시라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결선에서는 시라크가 예선 3위 득표자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몰표 덕분에 52.64%를 얻어 47.36%를 기록한 조스팽을 눌렀다. 프랑스는 각종 선거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역전승을 거둔 시라크는 TV가 생중계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승용차로 파리 시내를 누비며 문자 그대로 환호작약했다.
▷1차 대결에서 패한 조스팽이 승자인 시라크를 헐뜯기나 하면서 7년을 보냈다면 재대결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그는 97년 실시된 총선에서 시라크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바로잡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의회를 장악한 뒤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며 재대결을 준비했다. 조스팽이 총리가 된 뒤 지금까지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가 국가를 이끄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동거)’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프랑스가 누리고 있는 안정 속의 번영은 두 사람이 정치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소모적 대결 대신 견제와 균형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 “한 명을 고르자니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고, 한 명을 버리자니 버리기가 아깝고….” 오랜 국정경험을 통해 능력이 검증된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을 하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속내는 그럴 것이다. 12월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유권자들도 그런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 없다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후보라도 나왔으면 한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대통령을 뽑는 일은 과거에 대한 판단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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