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총재, 빌라의혹 유감 표명했지만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19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어제 빌라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흔쾌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억울한 점이 많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듯했다.

이 총재는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부풀려진 부분에 대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공격은 한나라당의 잇단 비리공세에 맞불을 놓기 위한 정치공세가 분명하고 이 과정에서 과장된 대목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이 총재의 처신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 장성한 아들딸과 함께, 그것도 100평이 넘는 고급빌라 3채를 나란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했어야 했다. 사려 깊지 못한 일이었다.

사돈집을 빌려 쓴다거나 사위가 월세로 살고 있다는 등 아무리 설명해도 국민정서가 용납지 않는 것이다. 집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심사가 불편할 것이다. 지난 9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터져 나온 아들들의 병역문제도 그처럼 국민정서를 거스른 것이 아니었던가.

문제가 불거지자 바로 해명하지 못한 채 미적거리고, 본인이 아니라 당 관계자가 이런저런 얘기를 했던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물론 이 총재 가족의 빌라 생활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법관 출신인 이 총재도 그 같은 생각을 접지 못하는 것 같다. 어제 간담회에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몇 차례 했다. 그러나 유력한 대통령후보라면 법논리 이전에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자세를 보여야 옳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안에는 이 총재의 가족이나 집 문제는 사생활이라며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니 걱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일부 정치인이 한나라당을 등지게 하는 한 요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원내 제1당의 총재라면 국민정서를 전후좌우로 살피는 폭넓은 시각과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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