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대형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거의 끊겼다. 새로 분양되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소형 평형에 대한 청약열기는 여전하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 아파트도 인기다.
전문가들은 평형과 지역에 따른 시장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약통장 프리미엄 양극화〓청약통장 프리미엄은 3, 4개월 후의 분양시장을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 떴다방들이 신규 분양 아파트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으로 사들이는 만큼 프리미엄 추이는 분양시장 전망을 말해 준다.
현재 300만원짜리 청약통장 프리미엄은 400만∼450만원. 작년 말보다 100만원가량 더 올랐다. 300만원짜리 청약통장 가입자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통장 작업’(청약통장을 사들이는 일)을 하는 이모씨는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떴다방들이 4월 초 동시분양을 노려 300만원짜리 통장을 수집하고 있다”며 “프리미엄이 상승 추세”라고 말했다.
대형 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는 통장 프리미엄은 급락했다. 작년 말 1000만원(원금 제외)을 웃돌았던 1500만원짜리 통장의 프리미엄은 3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씨는 “통장 프리미엄은 분양시장의 선행지표이기 때문에 소형 아파트 청약열기는 당분간 지속되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대형 평형 타격 입어〓서울 강남구 도곡동 T공인 관계자는 “삼성타워팰리스의 경우 안정대책 발표 이후 분양권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을 만큼 시장이 냉각됐다”고 전했다.
타워팰리스는 10월 입주 예정인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35∼101평형으로 최고 18억원을 호가한다.
T공인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거래 단절의 주원인”이라며 “매물은 나와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72평형의 경우 한때 2억원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이는 호가일 뿐이어서 프리미엄을 3000만원으로 줄여 내놓아도 매수자가 없다.
작년 말 분양된 강남구 신사동 ‘중앙하이츠파크’도 마찬가지. 80평형 프리미엄이 1000만원까지 하락했지만 거래가 안 된다.
인근 대영공인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 수요자일수록 세무조사에 민감하다”며 “단순히 양도소득세 과세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금 출처에 대한 추적이 함께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거래를 꺼린다”고 귀띔했다.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장도 급격히 위축된 상태. D건설이 방배동에 내놓은 주상복합아파트의 견본주택에는 안정대책 발표 후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분양을 맡고 있는 R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을 열기 전까지 분양 가구수보다 100여명 많은 500여명이 사전 청약을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안정대책 발표 후 계약이 취소돼 분양률은 80%선”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악재 겹쳐〓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1가구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는 방침까지 겹쳐 거래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잠실 주공아파트의 경우 호가가 1000만∼1500만원가량 떨어졌다. 10일 현재 4단지 17평형 매도호가는 4억1000만원. 이 아파트는 이 달 초 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대부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양도세 면제기간이 단축돼 물량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주변 지역으로 돈 몰리나〓서울이 투기과열지역으로 묶이자 시중 자금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용인시 죽전지구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주말에만 3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열기를 뿜었다. 안내 책자가 동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이는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에만 국한될 뿐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용인시 수지읍 더존공인 김만성 사장은 “수도권에서도 죽전 등 택지지구는 인기를 끌 수 있지만 기타 준농림지는 입지 여건이 취약한 만큼 청약열기도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10만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을 건립할 계획이어서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분양권 전매 얼마나 했나 | |||
아파트(오피스텔) | 총 가구수 | 명의변경 건수 | 전매율 |
이촌동 A아파트 | 244 | 74 | 30.3% |
문래동 B아파트 | 1,402 | 520 | 37.0% |
서초동 C주상복합 | 253 | 154 | 60.8% |
양평동 D오피스텔 | 234 | 7 | 2.9% |
자료:각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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