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 다른 세계적 대도시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중요한 한 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강이다. 아무리 열심히 둘러보아도 마드리드에는 도시를 부드럽게 해 주는 큰 물줄기가 없다. 웅장한 건물과 아름다운 예술품을 감상하며 마드리드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뒤에도 허전하다 못해 삭막한 느낌을 갖는다면 보통 수준 이상의 관광객은 된다고 자부할 만하다. 중국의 베이징도 서울(한강) 파리(센강) 워싱턴(포토맥강)과는 달리 마드리드처럼 강이 없어 삭막한 느낌이 드는 도시다.
▷물려받은 자연경관으로 따지면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에 부럽지 않다. 큰 강을 껴안고 있는 도시는 많지만 서울처럼 주변에 아름다운 산까지 거느리고 있는 수도는 흔치 않다. 하나도 갖지 못한 도시가 많은데 서울에는 강은 물론 산까지 있으니 굳이 심오한 풍수지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 곳을 조선의 도읍지로 정한 무학대사의 뛰어난 안목을 알 만하지 않은가. 요즘 북한산 등 서울 주변 산에는 많은 주한 외국인들이 몰려 한국인의 눈에만 서울의 산천경개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천혜의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서울을 우리가 어떻게 만들고 있느냐는 것이다. 윌리엄 머서라는 외국 컨설팅 업체가 215개국을 대상으로 살기 좋은 도시의 순위를 매긴 결과 스위스의 취리히가 1위를 차지했다. 산자수명(山紫水明)을 자랑하는 서울은 부끄럽게도 94위에 그쳤다. 아시아의 다른 도시 도쿄(25위) 요코하마(31위) 고베(35위) 홍콩(69위) 콸라룸푸르(77위) 타이베이(80위)보다 순위가 낮은 것은 물론 작년 93위에서 한 단계 떨어져 점점 살기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불행한 일이다. 무학대사가 알게 된다면 가슴을 칠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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