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길러보니]'수업없는 수요일' 과외활동 흥미 저절로

  • 입력 2002년 3월 12일 17시 04분


2년전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남편이 프랑스 파리지점 부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파리 인근 불로뉴에 거처를 마련했다. 아이들을 인터내셔널 스쿨로 보낼까 현지 학교로 보낼까 고민하던 끝에 프랑스 학교를 택했고 중학교 3학년이 된 딸 주혜와 초등학교 6학년생인 아들 상호의 학부모로서 지금은 ‘만족스럽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수업 없는 수요일’이다. 초등학생들은 수요일이면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중학생들도 오전 수업만 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이날 아이들은 학원으로 간다. 이 학원들은 서울의 각 구청에 해당되는 자치단체로부터 재정의 대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학원들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강습료를 달리 받는다. 출산을 장려하는 유럽 국가답게 아이가 많을수록 수업료를 적게 내는 혜택도 있다. 아이가 둘인 우리 집은 3개월 동안 1인당 3만원만 내면 되니 이런저런 과외활동을 시키면서도 경제적인 부담이 없다.

각 학원별 수업 내용은 각종 스포츠에서부터 미술, 음악, 마술, 영어, 글짓기, 정원가꾸기 등 여러가지 교양과목을 총망라한다.

아이들은 이같은 수업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딸 주혜는 미술과 체스를, 아들 상호는 수영과 체스를 선택했다.

주혜가 지난해 9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미술 프로그램 중에는 ‘두 손으로 만들기(A deux mains)’라는 시간이 있다. 1년 코스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끝나가는 6월 경에는 아이들의 작품전을 연다. 주혜는 벌써부터 자기가 전시할 작품을 열성적으로 준비하면서 설레고 있다.

상호는 2년째 수영을 택했다. 발차기 다음에 배영이나 자유형, 그 다음 평영 식으로 천편일률적인 코스를 따라가게 되어 있는 한국의 수영학원과 달리 수중 놀이반, 잠수반, 수구반, 자유형, 평영 등 여러 가지 코스를 준비해 놓고 아이가 선택해서 배울 수 있게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평일에 학교에 나가지 않는 아이들이 부담스럽기만한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교외활동 프로그램 ‘상트르 드 루아지르(Centres de loisirs)’도 운영된다. 담당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직접 통솔해 수영장, 스케이트장을 찾거나 학교 안에서 힙합 댄스, 그림그리기 등을 지도해준다. 학교는 장소만 제공할 뿐 이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따로 있다.

수업없는 수요일만 되면 아이들은 더 활기찬 표정을 짓는다. 자신들이 관심 있는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애착이 가는 모양이다.

홍성희(43·주부·프랑스 블로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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