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국 안팎에서는 이 같은 확전 기류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미국이 2단계 전쟁 상대로 이라크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랜 동맹인 유럽조차 “이라크가 9·11 테러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군사작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12일 “2단계 대 테러전쟁은 외교적으로 한층 더 민감한 문제들을 던져주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으며 워싱턴포스트도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일방주의’ 비난을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확전 논란〓미국 내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 테러전쟁의 확실한 방향성과 ‘출구(出口) 전략’을 제시하라는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대 테러전쟁의 전선은 확대되고 있으나 미군의 전략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아 대 테러전의 총체적인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
토머스 대슐리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최근 “정말 솔직히 말해 어디로 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예멘으로 가는 전략을 논의하다 다시 필리핀으로 가고, 또 다른 곳으로 가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국방전략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테러전선 확대가 ‘값비싼 전쟁에 종결은 없는 구도’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프간 전쟁은 끝났나〓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핵심 목표물인 오사마 빈 라덴을 색출하는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동부 산악지역에서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아나콘다 작전’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아프간전의 ‘조기 종결’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최근 아프간전 최대 동맹국인 파키스탄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은 특히 알 카에다 핵심요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과격단체와 구연(舊緣)에 얽매인 파키스탄 정보기관의 비협조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다음단계는 이라크〓아프간전 이후 차기 전쟁의 1차 목표는 이라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딕 체니 부통령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WMD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개발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며 공격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체니 부통령은 현재 중동 각국을 돌며 대 이라크전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찮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라크 문제는 우선 유엔의 논의를 거쳐야 하며, 미국의 대 중동정책이 이슬람권의 신뢰를 잃으면서 미국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권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 사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아시아 지역에서 난관 봉착〓미국은 알 카에다와 연계를 맺어온 과격 이슬람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전쟁 수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 남부 바실란섬 소재 이슬람 과격조직 ‘아부 사야프’가 알 카에다에 전쟁자금을 댄 것으로 파악하고 160명의 특수부대원과 500명의 지원부대를 바실란섬에 파병하는 등 활발한 작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가 미군을 자국 내 골칫거리인 별도의 이슬람 단체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 색출에 활용하자고 요구하면서 대 테러전의 명분과 취지가 변질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미국에 적극 협조하려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과 협조할 의사가 없는 군부 세력간 이견으로 작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군부를 설득하기 위해 군사적 지원을 늘리려는 미 행정부의 시도에는 미 의회가 반기를 들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