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역수출 늘어난다…포철-대우종합기계 등 잇달아

  • 입력 2002년 3월 12일 17시 48분


선진국 기업으로부터 ‘눈칫밥 먹으며’ 기술이나 노하우를 배웠던 한국기업들이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일부 첨단기술을 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유통 철강 기계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확산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포항제철이 60년대 말 포항제철소를 세울 때 기술을 전수해줬던 일본의 신일본제철(新日鐵)은 포철이 지난해 7월 가동한 업무혁신(PI)시스템 ‘포스피아’를 최근 벤치마킹하고 있다. 포스피아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각종 전산망을 인터넷으로 통합한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

신일철은 지난해 두 차례 포철을 방문한 데 이어 올 1월 포철 담당자들을 도쿄로 초청해 포스피아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경영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데 선구역할을 한 포철의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초기에 신일철로 파견된 직원들이 일본 기술자 눈치를 보며 기술 매뉴얼을 베껴 오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우종합기계는 올해부터 일본의 한 기계업체에 연간 100여대의 ‘머시닝 센터’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옵션 기능에 따라 대당 가격이 최고 5억∼6억원에 이르는 머시닝 센터는 공작기계 가운데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

대우종합기계 관계자는 “이 업체는 대우중공업 시절 공작기계 기술 일부를 전해준 회사”라며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라서 그런지 한국 기계를 수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유통강국이라는 일본의 경제산업성 산하 유통경제연구소는 지난달 신세계 이마트를 방문, 한국에서 미국 월마트 등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노하우를 배워가기도 했다.

또 KT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미국에 초고속인터넷 장비를 역수출한다.

KT는 국내 업체인 네온게이트와 공동으로 미국의 장비업체인 덱스트라넷에 내년까지 총 1700만달러 규모의 국산 초고속인터넷 장비와 운영 유지보수 기술을 수출키로 최근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 LG오티스는 기계산업의 본고장 독일에 에스컬레이터용 구동기를 수출한다. 이 회사는 다음달 60대를 처음 선적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간 3000대(1000만달러 상당)를 독일 오티스에 공급하기로 1월 계약을 맺었다.

에스컬레이터용 구동기는 에스컬레이터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부품으로 이번에 수출하는 제품은 LG오티스가 100여명의 연구인력과 50억원의 자금을 투입, 자체 개발했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기술면에서 한국을 크게 앞선 나라들도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반기면서 크게 고무돼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한국 기업의 기술 또는 노하우 해외 역수출 주요사례
기업내용
포항제철일본 신일본제철이 포철의 업무혁신(PI) 시스템 ‘포스피아’ 벤치마킹
대우종합기계기계 기술 넘겨준 일본 업체에 공작기계 수출
KT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을 처음 상용화한 미국에 초고속인터넷 장비 수출
신세계신세계 이마트가 외국계 할인점 이긴 노하우, 유통강국 일본이 벤치마킹
LG오티스기계기술의 본고장 독일에 에스컬레이터용 구동기 수출
자료:각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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