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갬블러'김선경 "한국 뮤지컬 우수성 日에 알릴터"

  • 입력 2002년 3월 12일 18시 05분


“해외공연은 처음이어서 애국자가 된 느낌이예요. 한국 뮤지컬의 우수성을 한번 보여줘야죠.”

국내에서 제작한 독일 뮤지컬 ‘갬블러’로 5월18일부터 40여일간 일본 도쿄(東京) 등 13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갖는 여배우 김선경(사진)의 출사표다. 그는 화려한 쇼걸 출신에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본뒤 ‘강한 여성’으로 변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백작부인은 쇼걸들을 총지휘하는 중후한 매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비록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훌륭한 조연’이 더 빛나는 것 아니겠어요?”

‘갬블러’는 카지노에서 수백만분의 1의 확률에 도전하는 사람들, 섹시한 쇼걸들의 배신과 사랑 그리고 인기 팝 밴드인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출신의 에릭 울프만의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어우러지는 작품. 일본 공연 기획사인 ‘민온(民音)’이 총 30여억원을 투자해 현지 공연을 진행한다.

9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갬블러’ 시연회를 지켜본 한 일본 공연 관계자는 “허준호 주원성 남경주 최정원 김선경 등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이 돋보이는 뮤지컬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김선경은 재작년 가을부터 ‘업소 뛰듯이’ 뮤지컬에 출연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로마의 휴일’에서 순수한 이미지를 뽐냈다면 ‘록키 호러쇼’ ‘캬바레’에서는 노출도 불사하는 파격적인 면모를 선보였다.

그는 이런 변화를 “공주의 변신은 무죄 아니냐”며 웃었다. “주위에서 ‘공주가 변절했다’거나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평이 엇갈리더군요. 하지만 저는 공주는 물론 창녀나 아줌마도 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김선경은 1989년 KBS1 대하사극 ‘비극은 없다’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제는 뮤지컬이나 영화 배우로 기억되길 원한다. 최근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 깡패(차승원)를 말로 제압하는 아내로, ‘H’에서는 심리학 박사로 출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우니까 기회가 된다면 정통 연극이나 영화도 출연해야죠. 물론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을 골라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가슴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배우’를 꿈꾸는 김선경.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싶다는 그의 나이는 올해 서른다섯. 하지만 그는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할 정도로 당당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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