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조사와 특검확대 병행하라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아태재단과 대통령 아들 및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은 곁가지 수사로 대강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재단과 관련된 중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조사활동과 특검의 수사가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태재단 상임이사였던 이수동(李守東)씨 집에서 압류된 ‘언론 개혁’이나 ‘정권 재창출’ 문서에 대한 제작 및 유포 경위를 특검에서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검은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범죄 혐의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기가 어렵다. 현 시점에서는 검찰이 맡아 처리하기에도 부적절한 사안이다. 이러한 부분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국정조사권이 발동돼야 한다.

대통령의 아들과 아태재단 주변에서 생긴 권력형 비리 의혹은 여야가 정쟁으로 물고 뜯을 일이 아니다. 국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국회의 고유한 권능이다. 국회가 대통령의 재단과 자녀에 대한 의혹에 대해 조사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국회는 어느 곳이든지 의혹이 있으면 성역을 두지 않고 조사활동에 나서야 한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으로서는 아태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에는 권한을 넘어서는 사안도 많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 특검의 기간을 연장하고 수사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차 특검이 먼저 기간 연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수사기간이 모자라 법이 위임한 수사를 충분히 할 수 없다면 여야에 당연히 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아태재단과 그 주변의 권력형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특검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가능하고 별도의 특검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것은 입법 기술적인 문제로 어느 쪽이든 형사소송 체계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권력형 비리의 진상을 규명하기에 합당한 제도를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