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日 오이타현의 자연과 온천

온천타운 벳푸시 해변에 있는 기타하마온천의 테르마스 스파 야외온천 풀

일본의 남쪽 규슈의 봄. 지붕 접은 채 벳푸만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빨간색 컨버터블(접철식 지붕이 장착된 스포츠카) 운전자의 흩날리는 머리칼에도, 구주(久住)고원을 넘나드는 JR규슈 소닉열차의 유선형 동체의 코끝에도, 다카사키산 어린 원숭이의 귀털에도 봄은 있었다.

▼2002월드컵 최남단 개최도시

남방의 봄은 화려하기만 했다. 춘백의 진초록 잎새로 만발한 빨간 춘백 꽃잎이 벳푸만의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이제 막 진 연분홍 매화꽃의 화려한 빛에 눌려 제 색을 빛내지 못했을 정도라면.

신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핫치만신사의 본산 우사(宇佐)신궁. 성마른 벚꽃이 진분홍 꽃잎을 화들짝 펴고 봄기운을 과시했다. 휴일 신궁은 봄나들이 겸해 소원을 빌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2002년 월드컵의 일본 최남단 개최도시인 오이타(大分)시내와 벳푸만이 내려다 보이는 고개 위의 월드컵스타디움 ‘빅아이’도 마찬가지. 지난 토요일에 열린 올시즌 첫 경기(J리그 2군·오이타 트리나타-야마카타)에는 초등학생까지 자전거를 타고와 관람했다.

바다와 산, 온천과 골프의 도시 오이타. 여행객의 발걸음은 벳푸에서 시작한다. 아베 마수오씨(오이타현 관광진흥과)가 첫 번째로 안내한 곳은 다케가와라(竹瓦)온천. 123년 역사의 전통목조 건물에는 온천수(섭씨 42도)를 이용한 모래찜질방이 있었다. 온천수로 데워진 모래밭에 파묻혀 누워있기를 10분. 온몸이 달아올라 모공에서 땀이 솟을 정도로 찜질 효과는 컸다.

이어 찾은 곳은 부채처럼 벳푸시를 품은 듯한 형상의 오우기산 아래 언덕. 아베씨가 물었다.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일본의 100가지 풍경이 뭘까요?” 대답은 이랬다. 눈덮인 산정의 후지산이 첫번째, 하코다테(홋카이도)의 야경이 세번째. 두 번째는 바로 눈앞의 풍경. 증기기관차 굴뚝에서 솟구치는 것 같은 수증기 기둥이 시내 곳곳에 뿜어 나와 도시의 공중을 장식했다. 온천공이 2800개나 되는 온천타운 벳푸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8개의 독특한 온천연못 인기

이튿날 아침, 8개의 독특한 온천연못을 보는 ‘지고쿠 메구리’(지옥순례)에 나섰다. 하늘색 물빛의 우미(海)지고쿠(수온 섭씨 98도), 돌사이로 수증기를 내뿜는 야마(山)지고쿠, 붉은 물빛의 치노이케(血の池)지고쿠…. 섭씨 98도물이 담긴 우미지고쿠에 담근 바구니로 찐 계란반숙(3개 100엔)은 별미다. 6개는 걸어서 5∼15분 거리, 두 개는 자동차로 10분 거리. 개장은 오전 8시∼오후 5시.

오이타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1400만명. 그만큼 관광자원도 다양하다. 도시는 벳푸만을 중심으로 해안가에 주로 발달했고 바다주변은 온통 산악과 고원. 그 고원의 ‘아프리칸 사파리’(www.africansafari.co.jp)는 재밌는 곳이었다. 사파리 버스로 50분간 방사된 사자 호랑이 기린 코끼리 등을 차례로 찾아가면 동물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버스로 달려들었다.

오이타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식후경-복 요리

물좋은 오이타현. 온천만이 아니다. 먹는 물도 역시다. 중부이남의 유일한 삿포로맥주 생산지며 ‘구주맥주’라는 로컬비어까지 있다. 그 뿐인가. 니혼슈(일본주) 콩쿠르 수상품으로 이름난 오오제키의 고향도 여기다.

오이타의 좋은 물은 수림으로 뒤덮인 산악의 산물. 산수좋으니 풍치좋고 풍치좋으니 음식도 발달했다. 그 가운데서도 ‘후쿠’(福)라 불리는 복어는 오이타 특미. 1인당 1만엔(약 10만원)은 주어야 맛보는 복요리가 가장 싼 곳이 여기라고 했다.

여기서도 저렴하기로 소문난 전문식당 우스키 후구요시 별관을 찾았다. 회와 지리(맑은 찌개), 죽으로 구성된 5000엔짜리 후구세트가 가장 싼 코스. 첫요리는 회. 청자빛 접시에 쫄깃한 흰 살이 찰싹 달라 붙은 채로 나온 회에 ‘기모’가 함께 나왔다. 기모는 복어의 간(살짝 데친 것). 복어알의 독 때문에 먹지 못하도록 하는 이 내장을 오이타에서는 공공연히 내고 또 먹는다고.

폰즈(초간장)에 카보스(라임오렌지)를 짜넣고 기모를 으깨넣은 장맛은 독특했다. 여기에 회를 찍어 히레자케(불에 구운 복지느러미가 담긴 청주)를 반주해 먹는다. 회를 먹고 나면 복지리를 끓인다. 생선뼈를 다 건져 먹으면 그 국물에 죽을 쒀 준다. 복튀김도 별미. 이 요리를 먹으러 타지방에서 오이타를 찾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097-537-7098또 다른 특미는 타이차즈케 세트. 도미머리 소금구이를 먹고 난 뒤 도미회를 얹은 밥에 깨소스를 뿌린 뒤 오차를 부어 먹는 이 요리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사무라이 저택이 있는 기츠키시 성아래에 위치한 창업 300여년 전통의 식당 와카에야에서 맛보았다. 097-863-5555

오이타시〓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관광지

▽온천 △스기노이호텔(www.suginoi-hotel.com)〓벳푸온천을 대표하는 전망좋은 대형 호텔. 워터파크부터 노텐부로(風呂·노천탕)까지 다양한 온천탕이 있다. 객실에서는 벳푸만과 시내가 훤히 보이고 바다 건너 오이타시위로 솟는 해돋이도 감상한다. 한국인 종업원 근무 △기타하마온천〓벳푸해변의 야외풀을 갖춘 스파(Spa). 입장료 500엔, 수영복 대여 150엔(여성 200엔). 벳푸역에서 걸어서 15분 △야마가(山香)온천의 카제노사토(風の香·호텔〓해발 120m 고원 대숲가에 위치한 리조텔 스타일의 해수(海水)온천. 피부가 미끄럼 효과가 대단하다. 대숲 헤친 바람 쐬며 일광욕도 즐기는 대형 노텐부로(노천탕)에는 천연 라벤다탕도 있다. 1박 1식에 4500엔부터. 8월말까지 풀 부킹 상태. 하야미군(速見郡) 야마가마치(山香町)소재 www.augus.net/kazenosato

▽테마파크 △하모니랜드(www.sanrio.co.jp)〓‘헬로키티’캐릭터 개발 판매사(산리오)가 자사 캐릭터를 주제로 꾸민 테마파크. 캐릭터쇼와 롤러코스터, 전망용 빅휠 등 마련. 하야미군 히지(日出)마치 소재.

◇여행정보

▽오이타현청〓www2.pref.oita.jp△오이타현관광협회〓www.we-love-oita.or.jp/korea/index.html △일본국제관광진흥회(www.jnto.go.jp)〓02-732-7525 ▽초저가 패키지(27일 부산항 출발)〓29만9000원으로 4박5일간 규슈를 여행하며 온천욕과 함께 벚꽃을 감상하는 패키지로 심야 전세페리(부산↔시모노세키) 이용. 200명 선착순 접수. 호텔 2박(2인1실), 전일정 전용버스로 가이드 동반. 식사 온천입욕료 부두사용료 등 포함. 구마모토성∼아소산(벚꽃 활화산)∼벳푸(온천욕 지옥순례)∼유후인&다자이후(벚꽃 관광). 27일 이후에는 매주 3회씩 출발(39만9000원)한다. 여행박사(www.tourbaksa.co.kr)02-730-6166 ▽‘규슈레일패스 여행’가이드북〓일본을 300회가량 여행한 서화진씨(일본여행센터 이사/www.jtc.co.kr)가 자유여행자(FIT)를 위해 엮은 규슈여행 정보집겸 안내책자. 제트포일(부산↔후쿠오카)과 규슈JR 철도패스로 여행할 수 있게 제작한 FIT용 가이드북. 선박및 열차 시각표는 물론 관광지도와 여행일정 길라잡이, 각 여행지 정보(숙박 음식 포함)가 다양한 사진과 함께 실렸다.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 262쪽 올 컬러. 1만원. 02-736-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