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렇게 바지는 접어 입는 게 유행이라죠? 아내가 굳이 이렇게 입어야 한다고 하기에. 허허허….”
‘명성황후’가 최근 주연이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었는데도 약 20%의 시청률을 지키는 것은 뚝심있게 굵직한 사극을 주로 집필해온 정 작가 덕분이라는 게 주변의 평이다. 그는 1995년 KBS2 ‘장녹수’, 96년 KBS2 ‘조광조’, 98년 KBS1 ‘왕과 비’ 등을 집필했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요. 남의 인생에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가 하고 싶을 땐 사극이 제일이야. 사극을 쓰면 역사를 통해 뭐가 옳고 그른지 말할 수 있거든.”그도 젊었을 땐 최루성 멜로드라마를 쓰곤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성 작가들의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사극을 쓰면서 몇 번 골치 아픈 일을 겪었다. ‘역사 왜곡’ 문제가 늘 여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불변의 고정체로 봅니다. 하지만 역사란 재해석할 때 비로소 빛이 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명성황후의 일생이 재조명되지 않았다면 그의 죽음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얘기밖엔 안되죠.”
그는 하루 5갑의 담배를 피우는 골초다. 잠자는 시간을 평균 8시간으로 잡으면 대략 10분에 1개 꼴로 피우는 셈이다.
“의사들이 둘 중에 하나랍니다. 담배를 끊어 해독이 되려면 17년이 걸린대. 어차피 끊어봐야 그게 그거니 계속 피우란 얘기지. 또 하나는, 평생을 그렇게 피워댔는데도 아직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걸 보면 담배가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는 요즘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극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스토리 구상에 골몰해 담배가 더 늘었다고 한다. “최명길씨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우라 기대가 커요. 명성황후는 정치적 지략이 뛰어난 인물이라 아무나 소화하기 어렵거든요. 명성황후의 죽음이 우리 민족과 나아가 세계사에 끼친 영향을 극적으로 조명할 예정입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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