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히트와 더불어 ‘비명을 찾아서’가 새롭게 주목받으며 복거일은 팬터지로의 복귀(그의 정의에 따라 과학소설을 포함한 광의의 팬터지)를 선언했다. ‘비명을 찾아서’는 출간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결코 낡지 않은 작가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기에 잇따라 출간된 장편소설 ‘목성잠언집’(중앙M&B)과 ‘세계환상소설사전’(김영사)은 SF 작가 복거일의 건재를 확인해 주었다.
‘목성잠언집’은 서기 2601년 인류가 화성에 이어 두 번째로 정착사회를 건설한 개니미드(목성의 위성) 행성에 대한 이야기다. 29세기 무렵 개니미드를 통치한 티모시 골드슈타인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잠언과 해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기록했다. 소설의 무대는 29세기 목성의 한 위성이지만, 상황은 21세기 한국의 현실과 꼭 맞아떨어져 화제를 모았다.
‘세계환상소설사전’은 국내 환상문학 독자들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다. 문학적 논의는 왕성한데 체계적 지식이 부족한 환상소설에 대해 주요 작가, 작품, 용어 등을 친절하게 수록했다. 특히 동서양의 환상소설의 역사나 국내 작가들과 작품까지 다뤘다는 점에서 ‘최초’라는 말이 무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에게 거는 기대는 환상소설 소개서가 아닌 본격 환상소설을 읽게 해달라는 것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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