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환경 꼴찌국가라니

  • 입력 2002년 3월 14일 17시 5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취임 4년이 지난 후 외국기업들이 평가하는 한국의 기업환경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홍콩 싱가포르 도쿄 상하이 등 아시아의 4개 국제도시에 비해 가장 열악하다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조사결과는 어찌된 일인가.

대통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형편이 이렇다니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경제관료들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을 텐데 그동안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김 대통령은 담당관리들을 제대로 챙기고 있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었으며 이는 햇볕정책의 결과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 덕분이라고 홍보했었다. 그리고 국민들은 기업환경이 점차 개선되어 가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환경이 아시아의 꼴찌 수준이라는 외국기업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으니 정부는 그동안 자화자찬만 해왔던 것인가.

이번 조사결과 한국은 세제 외환거래 국가이미지 영어구사능력 노동시장유연성 등 8개 조사항목에서 단 하나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세율, 경직된 노동시장, 과도한 외환규제 등이 외국기업의 한국진출을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다행히 암참은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귀를 기울여야 할 만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했다. 소득세율을 낮추고 지나친 외환거래규제를 폐지하며 감원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출국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가이미지 개선과 영어구사능력의 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부는 과거처럼 당장 시행이 어렵다고 핑계만 찾을 게 아니라 이러한 충고를 더욱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철저하게 시행하는 것밖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다. 국민들은 더 이상 자화자찬식 홍보에 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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