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세무조사 결과]2303명에 307억원 추징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00분


아파트 분양권 투기혐의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세청은 2303명이 양도차익 등 833억원을 탈루한 사실을 밝혀내고 세금 307억원을 추징했다.

이 가운데 청약예금통장 불법매수자 31명과 세금탈루를 조장한 부동산중개업자 등 119명은 관계기관에 고발 또는 통보키로 했다.

▼관련기사▼
- 청약통장 불법거래땐 분양 취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1월14일부터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세청은 조사대상자 2119명 가운데 지금까지 조사가 마무리된 1785명(거래상대방 등 포함 2303명)의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2303명의 불법행위와 세금탈루 유형을 보면 △양도차익 축소신고 2089명 △청약통장 불법매수와 불법부동산중개 150명 △명의변경 없는 분양권 전매 50명 △증여를 양도로 허위신고 14명 등이다.

국세청이 밝힌 대표적 사례에 따르면 ‘떴다방’ 업주인 정모씨는 1999년 9월 임모씨로부터 청약예금통장을 프리미엄 800만원을 주고 사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아파트 59평형에 당첨됐다. 정씨는 2001년9월 이를 주부 고모씨에게 40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 3200만원을 남겼다. 고씨는 며칠 뒤 이를 곧바로 의사인 민모씨에게 1100만원을 남기고 팔았다.

3번 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모두 5900만원의 프리미엄이 얹어진 것. 그러나 세무서에는 청약예금가입자 임씨가 최종소유자 민씨에게 직접 700만원을 남기고 판 것처럼 신고했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의 불법행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가짜계약서 작성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자격 없이 중개업을 하거나 법정수수료의 4∼5배가 넘는 중개수수료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향후 조치〓국세청은 남은 334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달말까지 마무리하고 작년 11월 이후 거래분에 대한 3차 세무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특히 불법투기거래를 조장한 부동산중개업자 27명에 대해서는 특별세무조사를 해 과세시효가 남아있는 모든 소득을 끝까지 추적하기로 했다.

국세청 김영배(金榮倍) 조사3과장은 “앞으로는 분양권을 명의변경 없이 중간전매하거나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적발되면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은 ‘검토’지만 다음부터는 이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분위기다.

국세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변호사 의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거리낌없이 허위계약서를 주고받는데 놀랐다”면서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례가 없는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경고만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포탈세액 3배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