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황재성/부동산시장 규제는 '두더지 잡기' 게임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17분


황재성 / 경제부
황재성 / 경제부
1980년대 인기를 끌던 오락 가운데 두더지 잡기가 있다.

20여개 가깝게 뚫린 구멍에서 두더지 머리가 튀어나오면 망치로 머리를 때려 점수를 얻는 놀이다.

두더지 머리가 일정한 순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그만큼 게임 하는 사람이 전체를 보면서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규제를 쏟아내는 것을 두고 두더지잡기에 비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두더지 머리만 때리려는 대증(對症)적 처방만 쏟아내는 상황을 지적한 얘기다.

정부는 연초 부동산시장이 과열 기미를 보인다며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와 분양권 거래자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집값은 안정되지 않고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은 서울 강북이나 분당 등 신도시지역의 분양권과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정부는 세무조사 지역을 확대했지만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서울 전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초강경책을 내놓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금융권의 초저금리, 외환위기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과 지속적인 무역흑자로 시중에 떠도는 유동자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와 부동산 투자심리 확산 등이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시중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근본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의 열기를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고 다른 곳에서 두더지 머리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부동산시장에선 토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되거나 고속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개발 가능성이 높아진 경기도의 시흥 이천 파주 화성, 충남 아산 등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나 신규 분양 아파트 및 오피스텔’이라는 두더지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황재성 경제부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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