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도당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청기와 오리촌’(오정구 여월동·032-677-6727)은 찹쌀과 한약재로 속이 꽉 찬 진흙오리구이(1마리 4만5000원)로 봄철 미각을 돋운다.
경기 원당에서 매일 공급되는 신선한 오리에 찹쌀, 잣, 무화과와 인삼, 녹각 등 한약재 15가지로 속을 채운 뒤 진흙토기에 넣고 섭씨 400∼500도의 고온에 4시간 가량 구워낸다.
뜨겁게 달군 돌판에 노릿노릿하게 익은 오리 구이를 올려놓으면 미처 빠지지 않은 기름이 배어나와 자글거린다.
솔잎과 한약재의 향이 기름기 자르르한 찹쌀에 배어 색다른 맛을 낸다.
살코기는 주인 정성란씨가 직접 먹기 좋게 잘게 찢어준다.
“몸에 좋더라도 맛이 떨어지면 안되죠. 한약재 한 가지를 넣더라도 제가 먼저 수십번 먹어본 다음 ‘됐다’ 싶을 때 손님에게 냅니다.”
오리구이에 들어있는 고구마와 호박, 어른 주먹만한 오리알은 덤.
오리구이 1마리는 어른 4명이 먹어도 넉넉한 양이다.
7∼8가지 밑반찬은 대부분 제철 채소와 나물.
특히 무와 양파를 얇게 썰어 식초에 절인 ‘한국식 피클’은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밑반찬.
가마솥 누룽지(1인분 1000원)나 열무소면(1인분 2000원)은 고기를 먹고난 뒤 뒷맛을 개운하게 하는 후식으로 제격이다.
오리 고기와 동충하초 등 10여가지 한약재를 함께 넣고 4시간 정도 달여낸 ‘충조전압탕’(蟲鳥電壓湯·4만5000원)은 술 마신 다음날 찾는 사람이 많다.
이 외 불고기, 생구이, 떡갈비 등 10여 가지의 오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벽난로가 있는 아늑한 별채를 포함해 200석 규모.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주변 풍경도 운치가 있다.
진흙오리구이와 충조전압탕은 조리에 시간이 걸리므로 미리 예약하면 좋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