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들을 오래 붙들고 있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이 베이징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진입했을 때 이들의 출국을 허용하는 데 사흘을 끌었다. 이 기간에 베이징 주재 외신들이 중국의 인권상황을 고발하는 기사를 마구 써댐으로써 중국이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 따라서 이런 부담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탈북자 25명 중에는 북한에 한번 송환됐다가 재탈출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어 죽음에 이르는 박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 다시 보내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침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5일 폐막되면서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던 점도 신속한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인대 폐막과 총리의 기자회견은 관례적으로 중국 CCTV는 물론 CNN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중국이 중국을 인권후진국으로 비난한 미국 인권보고서에 대한 반격으로 불과 며칠 전 미국의 인권문제를 비난한 ‘2001년 미국 인권기록’을 발표한 것도 이들에 대한 ‘인도적인 처리’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가장 의식했던 것은 15, 16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담과 18일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국제인권회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스페인이 의장국으로 돼 있는 EU 특별정상회담에서 탈북자들을 조속히 제3국으로 보내도록 촉구하는 권고안이 채택되거나 이어 18일 열리는 국제인권회의에서 이 사안이 현안으로 떠오를 것을 극히 우려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장길수군 가족 때와는 달리 외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탈북자 25명의 마닐라행을 허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의 풀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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