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스페인대사관 출발 과정은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단행.
선도에 나선 승용차와 외교관 번호판을 단 12인승 미니버스 3대, 지프 등 탈북자들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차량 5대는 오후 2시3분경(한국시간)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싼리툰중제(三里屯中街)에 위치한 대사관 정문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되돌아 대사관 옆 골목길을 거쳐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으로 직행.
대사관 앞 도로 남북쪽에 둘러친 경찰 라인에서 탈북자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진을 쳤던 7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탈북자들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눈 깜짝할 사이 대사관을 빠져나와 골목길로 사라지자 허탈해 하는 모습.
○…중국 당국의 탈북자 빼돌리기 작전은 출발 1시간 전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오후 1시경 중국 측의 검은 세단 승용차 6대가 스페인대사관으로 들어간 데 이어 1시반경 경찰관 70여명이 속속 도착해 대사관 주위에 추가로 배치됐으며 1시48분경 WJ01-00006 인민해방군 소속 차량 6대가 대사관으로 진입. 인민해방군 차량이 너비 8m 이면도로를 시속 60㎞ 속도로 달려들어가는 바람에 대사관 북쪽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황급히 길을 비켜주기도.
○…이날 대사관 앞에는 AP통신 로이터통신 CNN방송 NHK방송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이 출발 1시간 전부터 나와 뜨거운 취재경쟁을 전개. 그러나 정작 조선통신사와 노동신문 등 베이징에 주재하는 북한 기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중국 당국과 스페인대사관 등은 탈북자들의 행선지에 대해 이들이 공항을 거쳐 중국을 떠날 때까지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 탈북자들은 ‘불법 입국’ 죄로 제3국으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 중 한 나라로 간다고 중국소식통들이 귀띔.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신속한 신병처리 방침은 이날 오전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기자회견을 통해 예고.
주 총리는 “중국 외교부가 해당 대사관들과 협의해 합의점에 도달했으며 곧 결과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해 이미 제3국 추방으로 결론이 났음을 시사.
○…중국 당국과 스페인대사관측은 14일 밤부터 15일 오전까지 탈북자 개개인에 대한 신원 확인은 물론 탈북 동기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탈북자들은 사전에 준비한 듯 자신들의 대사관 진입 등에 대한 입장과 신원 등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준비된 서류들을 제시해 조사가 급진전됐다는 후문.
○…중국인들은 탈북자들의 스페인대사관 진입과 한국행 요청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반응. 이는 CCTV, 인민일보, 신보(晨報), 신보(信報), 만보(晩報) 등 중국 언론들이 이 사건을 15일 오후까지도 전혀 다루지 않았기 때문.
싼리툰중제에서 만난 한 20대 회사원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되물으며 “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판 신문에서도 그런 기사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베이징 주재 외교관들은 “황장엽(黃長燁)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사건 때만 중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을 뿐 장길수 가족 망명요청 사건 등 탈북자들의 사건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전언.
○…탈북자 25명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중국 남방항공 CZ 377편이 15일 밤 9시47분(한국시간 10시47분)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착륙.
손상하 주 필리핀 대사 등 한국 외교관들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대표가 마닐라 공항에 미리 대기했다가 이들을 환영했다고.
필리핀 항공당국은 “이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난 탓인지 극도로 피로해 보였다”면서도 공항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었다고 전언.
○…탈북자 25명이 15일 비행기편으로 중국을 출발하자 스페인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끝났다”며 “우리가 추구했던 인도주의적 해결방식으로 만족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고 안도의 한숨.
○…한국 정부는 당초 주중 한국총영사관에 탈북자들을 수용한다는 계획은 잡았으나 중국 측이 난색을 표명해 포기.
사태 해결에 관여했던 한 소식통은 “중국 측이 싫어하는데 굳이 한국총영사관으로 데려올 필요가 있겠느냐는 결론이 났다”면서 “중국 측이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이유로 한국 측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전언.
베이징〓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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