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에 고발된 4개사를 제외하고 기술적 회계분식으로 제재를 받은 9개 대기업의 경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
우선 채권규모나 투자액이 큰 채권금융기관이나 기관투자가들은 9개 대기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금융기관이나 증권회사는 이들 기업의 기술적인 회계처리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
문제는 소액주주들이다. 금융감독원 정용선 회계감리국장은 “일반투자자는 전문가들과 달리 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만 보고 투자할 수도 있다”며 “이런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소액주주도 소송이 쉽지 않다. 작년 초 재무제표가 공시됐을 때 주가가 전반적으로 낮은 상태였고 하반기부터 주가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손해를 본 투자자는 많지 않다.
결국 앞으로의 주가가 중요하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14일부터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정부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사실 자체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것이지 기업가치가 사실보다 과장됐다는 인식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LG산전과 동국제강은 하루 만에 주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또 일부 대기업은 당국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상당한 시일이 지나봐야 소액주주도 소송이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