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는 “과연 사람의 체세포 핵을 소의 난자에 이식하면 거기서 태어나는 생명은 소가 될까 사람이 될까”라며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한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세포 핵 안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가진 세포의 핵은 ‘절대적인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결정적 힌트는 동물복제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복제양 돌리의 경우를 보자. 다 자란 양의 귀에서 떼어낸 핵은 귀의 세포를 만들도록 모든 유전정보가 프로그래밍돼 있다.
그런데도 이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집어 넣으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서 초기배아 상태의 유전형을 보이고 마침내 복제양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환경에 따라 귀세포가 되기도 하고, 복제양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즉 세포핵의 유전자는 완전히 독자적으로 세포 안에서 지시만 내리는 것이 아니고 핵의 바깥에 있는 세포질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힌트가 있다. 바로 세포질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라는 또 다른 형태의 유전정보다. 흥미로운 것은 포유동물은 99%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어머니쪽, 즉 난자에서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알랜 윌슨 박사는 현인류가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다양성을 역으로 추적하면 결국 15만년전 아프리카에 있었던 한 가상적 여인, 일명 ‘미토콘드리아 이브’로부터 기원했다는 가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독성처리, 노화 및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밖에 최근에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불과 1∼2%의 유전자 차이들 사이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한 산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핵을 치환한 소의 난자가 온전한 사람으로 자라나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핵 치환 자체가 결코 간단한 과정은 아니다. 시험관수정과 달리 핵치환에 의한 배아 발생은 1% 이하의 극히 낮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과정이 성공한다고 해도 거기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확률은 더욱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어느날 완전히 해결되어 배아줄기세포를 얻었다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그 이후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식 뒤 암세포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해결해야 하고, 또 특정장기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다른 장기의 조직이 함께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종 간의 배아복제 소식을 듣고 말세가 왔다고 놀라는 사람들에게나, 멋진 신세계가 도래한다고 흥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나 모두 좀더 차분한 정신을 갖자고 말하고 싶다.
오일환 가톨릭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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