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파공작원’의 도심 과격시위

  • 입력 2002년 3월 17일 18시 05분


지난주 금요일 서울 도심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국민을 놀라게 했다. 시위대가 6차선이나 되는 넓은 세종로 차도를 점거한 채 경찰에 맞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10여개의 LP 가스통에 불을 붙여 불기둥이 치솟는 장면은 흔히 보는 진압경찰과 시위대의 격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연행하면 자살하겠다는 시위대의 위협에 눌려 단 한명도 붙잡지 못했다고 하니 시위를 방치한 꼴이 됐다.

이날 시위를 벌인 250여명의 사연은 특별하다. 이들은 ‘북파공작 전국연합 동지회’ 소속으로 북한에 파견돼 비밀 공작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연을 갖고 있다 해도 도심에서 과격시위를 벌여도 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동지회측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과격시위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격시위라는 점에서 방법은 잘못됐지만 정부는 동지회측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지회는 호소문에서 “정부가 생활안정자금과 정착금 보장 등을 내걸고 북파공작원으로 채용한 뒤 비인간적 대우와 온갖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했지만 그 뒤 돌아온 것은 보잘것없는 보상금과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뿐”이라고 주장했다. 공작원들이 ‘전쟁무기’로 단련되는 과정에서 심한 인권유린을 당했고, 확인된 실종자만 수천명에 이를 정도로 희생이 컸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북파공작원 중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일시 보상금과 연금 지급을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시행하지 않는 것도 이들을 자극했을 것이다.

비록 시위를 통해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으나 이제는 정부가 북파공작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민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지회측이 내건 대통령 면담, 인권조사위원회 구성, 국가 유공자 등록 등에 대한 정부방침을 정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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