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빌라를 세 채나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한 의문과 논란이 계속되자 정치권의 한 원로는 이런 말을 했다. 빌라 터가 명당이라고 믿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이 총재 측은 “아는 바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풍수지리 전문가들 중엔 가회동 빌라 터가 ‘드문 명당’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좌청룡(左靑龍·북악스카이웨이) 우백호(右白虎·인왕산)에다 남주작(南朱雀·남산) 북현무(北玄武·북악산)가 제대로 갖춰진 길지(吉地)라는 것.
60년대 10대 재벌에 들었던 L씨가 살기도 했던 이 곳은 그러나 70년 삼청터널이 뚫리면서 맥이 끊겨버렸다는 얘기도 있다. L씨의 경우 70년대 석유화학 업종에 뛰어들었으나 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등 불운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70년대 초엔 이곳에 있던 정자에 벼락이 두 번 내리치자 집을 팔고 떠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현재의 빌라는 K기업이 L씨와 J씨의 집이 있던 부지를 매입해 지은 뒤 96년부터 분양을 시작했다.
풍수연구가 박민찬(朴珉贊·48)씨는 최근 현장을 둘러본 뒤 “집터뿐만 아니라 빌라 방향이 남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방향도 제대로 잡은 것 같다”며 “삼청터널은 거리도 떨어져 있는 데다 혈(穴)이 잘린 게 아니고 뚫린 것이므로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의 운은 본인 및 부인의 사주, 집터와 조상의 묏자리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집터 하나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