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오홍근(吳弘根) 전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의 가스안전공사 사장 임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등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아태평화재단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댔다.
경실련은 “오씨의 경력이 가스안전공사 사장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회의록도 없이 평가위원회 회의가 1시간만에 끝나는 등 임명절차상 중대한 문제가 발견됐다”며 “(정부가) 이미 내정한 뒤 형식적 절차를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아태재단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당선 이후의 재단 후원금 명세와 재단건물 신축자금 등에 관한 회계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모습이 신선한 것은 시민단체가 현 정부 출범 후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태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이 비치기 때문이다.
권력의 잘못된 점을 감시,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가 사회적 논쟁이 따르는 사안에서 정부여당을 편들면서 권력주변의 부정과 비리에는 침묵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시민운동인가”라는 회의를 낳게 했다.
경실련이 1월 ‘2002년 시민운동선언’에서 “정직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시민단체 본연의 비판정신을 상실하거나 편향된 운동으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 적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자성(自省)한 것은 핵심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진보성향의 지식인그룹이 저지른 실수로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중국의 문화혁명 때 마오쩌둥(毛澤東)에게 찬사를 보낸 것과 좌파 인사가 도쿄(東京) 도지사로 있을 때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행정상의 비리와 무능에 침묵한 것이다.
경실련의 자성과 변신은 ‘시민단체는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을 떠올리게 한다. 권력에 대한 비판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최소한 권력과 유착하거나 ‘홍위병’ 지적까지 받는다면 이미 ‘시민운동’이란 이름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권순활기자 경제부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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