鹿-사슴 록 馴-길들일 순茸-사슴뿔 용 閨-규방 규 角-뿔 각壽-목숨 수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물들의 漢字(한자)이름, 이를테면 牛(우·소), 馬(마·말), 犬(견·개), 兎(토·토끼), 虎(호·호랑이), 象(상·코끼리), 심지어 鼠(서·쥐), 龍(용·용), 龜(구·거북) 등은 모두 모습을 본뜬 象形文(상형문)이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은 漢字가 수천 년을 지나는 동안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사슴을 뜻하는 한자 ‘鹿’ 역시 상형임은 물론이다. 맨 밑의 ‘比’는 네 발을, 나머지는 뿔과 머리, 그리고 몸통을 형상화한 것이다. 한자의 조상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영락없는 사슴이다.
어느 민족이나 섬기는 동물이 있고 또 그에 대해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역사와 종교, 그리고 민속에 등장하곤 한다. 한중 양국은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면에서 비슷한 것이 많은데 동물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사슴을 보자. 순하디 순한 성미에 쉽게 가축화된다 하여 馴鹿(순록)으로 불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가죽도 성미만큼이나 부드러워 ‘鹿皮(녹비)에 曰字’라고 하면 主見(주견)없이 쏠린다거나 이리 저리 다 통하는 경우에 쓰인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갓 돋아난 뿔인 鹿茸(녹용)이나 鹿血(녹혈)은 중요한 한약재로 사용되며 그 효용에 대해 東醫寶鑑(동의보감)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補身(보신)에는 최고라는 것. 또한 사슴 고기는 노린내가 없어 꿩고기와 함께 조선시대에는 별미로 쳤으며 조리법은 山林經濟(산림경제)와 閨閤叢書(규합총서)에 잘 나와 있다.
그러나 그 뿔도 5, 6월이 지나 角質化(각질화)되면 鹿角이 되어 쓸모 없게 된다. 그래서 이듬해 봄에 떨어지고 새 뿔이 鹿茸의 형태로 다시 돋게 되는데 이처럼 뿔이 반복 재생된다 하여 민간에서는 長壽(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학, 거북, 소나무 등과 함께 十長生(십장생)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슴이 지니는 상징성은 뭐니뭐니 해도 뿔에 있다 할 것이다. 시인 盧天命(노천명·1911∼1957)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고 노래하면서도 뿔에 대해서는 몇 마디 빠뜨리지 않았다. 즉 위로 향해 대칭으로 뻗은 모습은 지엄한 권위나 우아함을 뜻하게 되어 일찍부터 王權(왕권)이나 首長(수장)의 상징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사슴은 또한 天下를 뜻하기도 했다. 곧 天下를 손에 넣기 위해 다투는 것을 사슴을 좇는 것에 비유하여 ’逐鹿‘(축록)이라 하였다. 다음에 소개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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